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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가 된 셰프 ③] “좋은 땅서 자란 채소의 힘을 믿어요”
손에 흙을 묻히고, 가위로 잎을 자르는 그는 농부가 아닌 도시 레스토랑의 셰프다. 그래서 그의 레스토랑 이름도 ‘가드너’(gardener)라 지었다. 바로 서울 압구정동 ‘가드너 아드리아’의 김신 셰프다. 김 셰프는 경기도 안성에 있는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를 손님의 식탁위에 올린다. 채소를 사랑하는 김 셰프를 만나 텃밭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리를 한 지 23년이 된 김 셰프는 미국 포시즌 호텔 등의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4년 국내에 들어온 후 신사동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다가 지난해 압구정동에서 ‘가드너 아드리아’를 새롭게 오픈했다. ‘가드너’라는 레스토랑 이름답게 본격적으로 텃밭에서 수확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직접 기른 채소를 한번 쓰면 시중에서 파는 식재료는 못써요. 맛도 다르고 며칠 지나면 금방 시들죠. 직접 수확한 채소는 일주일이 지나도 생생합니다. 시들었던 것도 물에 담가두면 다시 살아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죠”

김 셰프는 채소를 기르는 이유에 대해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답변을 주었다. 한번 써보면 다른 것은 못쓴다는 그의 말에는 식재료에 대한 남다른 욕심이 묻어났다.

주말이면 그는 안성의 텃밭으로 간다. 농약을 뿌리지 않고, 축산농가에서 나오는 닭변을 천연비료로 이용하는 친환경 농법의 텃밭이다. 고구마, 바질, 당귀, 미니 당근, 로메인 등 여러 작물이 이곳에서 길러지고 있다. 


“3년 전부터 텃밭을 가꾸고 있어요. 처음엔 루꼴라나 바질이 비싸서 경쟁력있는 식재료를 사용하려고 키웠는데 기르다보니 여기까지 오게됐죠. 수확할 때는 작은 가위로 하나하나 잎을 따야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고 힘도 듭니다. 하지만 채소를 기르고 수확하는 재미는 생각보다 커요”

공동텃밭에서 애정으로 키워진 채소는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모든 음식에 활용된다. 버려지는 채소도 거의 없다. 쓰고 남겨진 채소들은 모두 냉장고에 모아놨다가 매일 끓이는 육수로 사용한다. 

“채소의 힘을 믿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에서 레스토랑 이름도 ‘가드너’입니다. 좋은 땅에서 자란 채소의 힘을 믿고 있죠. 흙에서 야채를 키우는 자연도 참 위대하다는 것을 매번 느낍니다. 어떤 땅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채소의 상태가 정직하게 달라지거든요. 좋은 땅은 생명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김 셰프가 채소를 사랑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그는 채소의 생명력을 강조했다. 김 셰프는 “‘비싼 가격을 주더라도 채소 요리는 사 먹을 만하다’라는 만족감을 고객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음식은 사랑이다”고 강조하면서 “식재료에 사랑이 들어 있다면 맛있는 음식이 나올 수 밖에 없으며, 특히 건강하지 않은 음식은 절대 나올 수 없다” 라고 말했다.

글=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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