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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랜드 ‘사업부 매각’ 유동성위기 숨통
모던하우스 7000억원에 매각
MBK파트너스와 최종합의
이자율·신용등급 개선효과 기대


비정규직 문제가 겹치며 이랜드 리테일의 상장이 무산된 뒤 생긴 유동성 위기 속에서 이랜드그룹이 ‘모던하우스 매각’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상대는 지난 2008년 홈에버의 매각대상이었던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다.

이랜드는 아시아 최대 사모투자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모던하우스 지분 100%를 임대료선급분 포함 약 7000억원에 매각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22일 밝혔다. 매각 대금에는 지분 100% 외에 임대료 선지급분이 포함돼 있다. 이랜드그룹인 이달 안에 영업양수도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올해초 중국 패션기업 ‘브이그라스(V-GRASS)’에 8770억원 규모로 티니위니를 매각한 뒤 올해 두번째 사업부 매각이다. 

이랜드그룹이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에 모던하우스를 매각했다. 모던하우스 강남점 모습.

▶9년전과 꼭 닮은 모던하우스 매각=공교롭게도 9년전 홈에버를 인수했던 홈플러스의 대주주가 매각상대다.

이랜드그룹은 지난 2008년 5월 대형마트 홈에버 36개 매장을 홈플러스에 매각했다. 당시 까르푸(이후 홈에버)를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1조71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중 자기자본이 2800억원에 불과했고, 심각한 부채에 시달렸던 탓이다. 홈에버에는 비정규직 해고 이슈도 겹쳐있던 탓에 그룹 입장에서 골칫거리란 평가도 받았다.

홈에버 매각은 이후 이랜드그룹이 성장하는 도화선이 됐다. 이후 이랜드그룹이 주력한 아울렛과 패션, 외식산업이 시너지를 냈다. 주력 사업부문의 성장으로 이랜드그룹은 지난 2012년 재계 50위권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고 자산규모도 10조원 가량으로 키웠다. 중국ㆍ미국ㆍ유럽ㆍ동남아 등 해외진출도 이뤄냈다.

▶이랜드그룹 유동성 확보에 성공=그로부터 9년, 이랜드그룹이 이번 사업부문 매각에 나선 이유도 당시와 같은 자금 유동성 위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이랜드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인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대상에 올렸다. 거래처에 지급할 대금이 연체돼 있고, 최근 발동된 ‘조기상환 조건(Rating Trigger)’으로 인해 700억원에 달하는 유동화차입금의 조기 상환에 대한 부담이 발생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이랜드파크의 체불임금 이슈도 현재 진행형이다.

모던하우스 매각을 통해 얻는 7000억원의 수익으로 이같은 부담은 완화된다. 매각 자금이 들어오는 7월이면 기업의 부채비율도 200% 미만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랜드그룹은 신용등급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이랜드리테일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6개월 이내에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음)’으로 평가했다. 이를 ‘안정적’으로 개선하면 향후 회사채 만기시의 이자율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나아가 내년도로 미뤄진 이랜드 리테일의 상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이랜드파크 매출 8054억원 가운데 7000억원을 차지하는 외식사업부를 지킨만큼 향후 기업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 "저력으로 극복할 것"=향후 이랜드의 분발이 요구된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모던하우스는 이랜드 사업부 중 수익성이 양호한 곳으로 분류됐던 만큼 이번 매각을 통해 그만큼의 수익 저하이 있을 수 있고, 이에 분발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모던하우스는 지난 1996년 문을 연 이래 이랜드리테일 유통점을 중심으로 전국에 63개의 매장에서 연간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라이프스타일숍의 문을 열고, 외국계 브랜드도 거듭 한국시장에 진출한 상황에서도 모던하우스는 탄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았다.

김성우 기자/zzz@heradl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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