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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Insight-김명신 KOTRA 다롄무역관장] 한국산 환경설비가 중국 진출이 어려운 이유
중국은 환경시장이 유망하고, 우리는 환경기술이 우수하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기업의 환경설비를 접하는 중국 바이어들은 난색을 보일 때가 많다. 중국에 환경설비를 수출하려면 설비를 중국으로 들여와서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설비가 한국과는 전혀 다른 중국의 환경에서도 지속적으로 동일한 성능을 발휘하는지를 시험해야 하는데, 한국기업에게 자금을 투자해 시험하자고 하면 손사래를 치기 때문이란다.

일본으로도, 미국으로도 수출된 실적은 넘치도록 많고 그간 전혀 문제가 없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이는 중국의 환경이 다른 나라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환경만을 이해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서로의 생활습관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쓰레기 처리설비를 예로 들면, 음식물쓰레기를 건조시켜 부피를 줄이고 갈아서 비료로 쓰는 설비라고 해서 간단하게 중국시장에 적용하기도 어렵다. 중국은 아직까지 음식물 분리수거를 하고 있지 않아 비료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고 한국의 음식물보다 중국의 음식물 쓰레기에는 기름기가 많다. 볶는 음식과 육류소비가 많아서다. 기름기가 많으면 기계가 자주 고장이 나지만 한국의 설비는 한국의 환경과 생활습관을 기준으로 만들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중국기업인들은 같이 합작하자는 얘기를 자주 한다. 합작은 한마디로 동업이다. 사실, 우리는 동업이라는 것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동업을 하지 않고도 나만 똑똑하고 부지런하면 성공할 수 있는 토양에서 자랐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국토가 넓고 시장변수가 많아서 아무리 똑똑해도 혼자서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토양에서 자란 그들에게는 같이 손을 잡고 동업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며칠 전 나는 다롄의 수입소비재 유통기업이 만나는 자리에 초대받았다. 그날 모인 일곱 명은 무리 중 한명을 친구로 두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일면식조차 없었다. 그날 우리는 장장 4시간에 걸쳐 비즈니스 정보를 공유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던 대화는 서로의 연락처를 위챗(WeChat)에 입력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중국기업에게 동업은 변화와 불확실성 속에서 비즈니스를 지켜주는 안전망이다.

내가 아는 환경설비 바이어는 몇 년간 안정적으로 거래한 한국기업이 있다. 그간 결제를 한 번도 미룬 적이 없고 관계가 매우 좋지만, 같이 합작하자는 제안하니 한국기업이 두렵다는 말로 거절했다고 한다. 중국기업은 안정적으로 공급받던 제품이 갑자기 끊기거나, 한국기업이 다른 기업 여기저기에 같은 아이템을 공급 해서 중국기업끼리 같은 제품을 가지고 살을 에는 가격경쟁을 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한다. 한국기업은 낯선 중국기업과 동업을 한다는 것이 엄두에 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의 환경설비가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중국을 얼마나 알고 있고, 결과를 모르는 시험을 얼마나 감수할 수 있느냐가 환경설비의 중국진출 가능성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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