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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약 톡톡] ‘해피 드럭’에도 ‘명’과 ‘암’이 있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개발된 해피 드럭
-탈모치료제, 탈모 인구 증가로 관련 제품 매출 급상승
-비아그라, 복제약의 공세에 매출 1위 자리 내줘
-정부 금연 사업으로 금연치료제도 매출 성장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 40대 직장인 김씨는 탈모 환자이지만 주변에서 그를 탈모 환자로 보는 사람은 드물다. 풍성하진 않지만 탈모 환자라고 하기엔 머리에 빈 틈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김씨가 5년 동안 복용하고 있는 탈모치료제 덕분이다. 30대 중반에 머리가 빠지기 시작한 김씨는 탈모방지 샴푸와 함께 꾸준히 탈모약을 복용하면서 머리가 나기 시작했고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도 더 이상 받지 않고 있다. 행복을 되찾은 김씨는 앞으로도 탈모약 복용을 멈출 생각이 없다.

의약품 중에는 항암제와 같이 인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개발된 약도 있지만 생명과는 무관하지만 인간의 삶에 좋은 변화를 주기 위해 개발된 약도 있다. 인간의 행복지수를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돼 ‘해피드럭’이라 불리는 의약품에는 탈모ㆍ발기부전ㆍ금연ㆍ비만치료제 등이 있다. 하지만 이 치료제들은 사회 및 시장 상황에 따라 명과 암이 갈리고도 있다.

[사진설명=대표적인 해피드럭에는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왼쪽),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가운데), 금연치료제 챔픽스(오른쪽) 등이 있다]

▶명(明) : 꾸준히 성장하는 탈모치료제 시장=탈모치료제 시장은 한 마디로 활황을 맞고 있다. 탈모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성들은 최근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머리숱 관리에도 나서도 있다. 특히 스트레스 등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탈모를 겪고 있는 젊은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며 탈모치료제 시장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성장을 보이고 있는 탈모치료제 분야는 남성형 탈모의 원인이 되는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억제하는 5-알파 환원효소 저해제 계열인 경구용 전문 의약품이다. 이 중 남성형 탈모 치료제의 대표 제품인 한국 MSD의 프로페시아는 수많은 복제약의 등장에도 16년간 탈모 치료제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프로페시아의 매출액은 2012년 272억에서 지난해 354억으로 5년 새 30% 이상의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암(暗) : 치열한 경쟁의 발기부전치료제 시장, 복제약에 무너진 비아그라=해피드럭의 시초격인 비아그라는 협심증 치료제로 임상 시험 중 발기 개선 효과가 발견돼 발기부전 치료제로 시장에 등장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킬 정도였던 비아그라의 등장은 남성의 말 못 할 고민을 해결함과 동시에 전 세계 기준 연 매출 2조원 이상을 기록하며 화이자를 글로벌 1위 제약사로 등극시키기도 했다. 국내 역시 비아그라는 분기 매출 1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날개 돋친 듯 약이 팔려 나갔다.

그러나 비아그라의 특허가 만료되자마자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값싼 복제약이 쏟아졌고 과거와 달리 매출이 하락하며 2014년부터 한미약품의 복제약 팔팔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거기에 더해 최근 제약사들은 발기부전제 치료제에 전립선 비대증 성분을 더한 복합제 개발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 오리지널뿐 아니라 기존 복제약들이 매출 지각변동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明) : 사회적 영향으로 매출 껑충 뛴 금연 치료제=약효가 아닌 사회적 영향에 힘입어 웃음 짓는 해피드럭도 있다. 금연치료제 챔픽스는 약물 복용과 상담 치료를 병행할 경우 금연 성공률이 50%에 달할 정도로 효과가 입증됐지만 1정당 약 1800원이라는 가격으로 인해 출시 당시에는 수요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챔픽스는 금연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새로운 바람을 맞았다. 2014년 50억원이었던 챔픽스의 매출은 2015년 담뱃값 상승과 정부의 금연 치료 프로그램 덕분에 240억으로 매출이 5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매출은 두 배 가까이 뛴 420억을 기록하며 2014년 대비 8.4배에 달하는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암(暗) : 부작용 이슈로 휘청했던 비만 치료제 시장=비만치료제 시장을 1000억원까지 성장시키며 시장을 리딩해 온 핵심 치료제의 임상 연구가 시장 전체를 휘청거리게 한 해피드럭도 있었다. 바로 애보트의 리덕틸이다.

식욕억제제인 리덕틸은 지방흡수억제제, 향정신성의약품의 비만 치료제보다 부작용이 덜한 데다 미국 FDA의 승인을 받으며 가장 안전한 비만치료제로서 비만인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리덕틸은 출시 후 단숨에 판매 1위를 차지했으며 10여 년 동안 2200만여 건이 처방되기도 했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리덕틸로 인해 2009년 1162억원까지 성장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등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리덕틸의 심각한 심혈관계 부작용이 발견됐고 리덕틸은 자발적 시장 철수를 권고 받으며 시장을 떠나게 됐다. 리덕틸 퇴출로 인해 1000억원 이상의 규모를 자랑했던 비만치료제 시장은 2014년 절반 수준인 500억원대까지 줄어 들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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