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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後] 친청도 시댁도…기댈 곳 없는 다문화 싱글맘
-다문화 한부모 44.2%,“자녀 고민 나눌 사람 없다”
-유배우자 집단 비해 사회적 교류 낮고 우울감 높아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5년 전 급성백혈병으로 남편을 잃은 중국인 A(50) 씨는 한동안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세상에 남겨진 것은 월세방과 세 자녀 뿐이었다. 1여년 후 A 씨에게 갑상선암이 찾아왔고 다리 수술까지 겹치면서 그의 우울증은 심해졌다. 남편의 죽음 이후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셋째 아들은 애정결핍증과 집중력장애 증세를 보여 현재 지역아동센터에서 놀이치료 받고 있다. A 씨에게 경제적인 어려움 만큼 어려운 것은 도움을 청할 가족이나 친구가 주위에 없다는 것이다. 시댁 식구들은 남편이 사망한 후 연락을 끊었다. 친정 식구들이 중국에 있지만 A 씨는 한국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거의 얘기하지 않는다.

A 씨는 “예전에 하도 속이 답답해 어머니께 한국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며 “어머니께 괜히 걱정만 끼쳐 드리게 한 것 같아 후회해서 그 이후론 한국 생활에 대해 거의 얘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혼이나 사별로 다문화 한부모 가정이 늘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가 경제적인 어려움과 사회적 지지체계 부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다문화가족의 구성 변화와 정책 대응 다각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다문화가족 가운데 이혼ㆍ사별ㆍ별거를 겪은 한부모 가정은 한국생활의 겪는 어려움으로 경제적 어려움(59.3%) 다음으로 외로움(26.5%)을 꼽았다.

다문화 한부모 가정은 유배우자 집단보다 사회적 지지체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 한부모 가정 중 자신이나 집안에 어려움이 있을 때 의논하는 사람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33.8%로 유배우자 집단보다 5.4% 높았다. 자녀 고민에 대해서도 의논하는 사람이 없다고 밝힌 다문화 한부모 가정 비율이 44.2%로 유배우자 집단의 비율인 28.1%보다 훨씬 높았다.

다문화 한부모 가정은 직장생활과 육아를 홀로 병행해야 하는 부담 탓에 사회적 교류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배우자 집단의 모임 및 활동 참여 비율이 44.4%인 반면 다문화 한부모 가정의 비율은 23%에 그쳤다. 다문화 한부모 가정의 44.1%는 모임이나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사유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꼽았다. 



경제적 어려움과 배우자의 빈자리로 이혼ㆍ사별ㆍ별거 집단은 우울감도 높았다.

이혼ㆍ사별ㆍ별거 집단의 우울감 수준은 5점 만점에 1.71점으로 1.45점인 유배우자 집단보다 우울감 수준이 0.26 점 높았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 적이 있다는 응답비율도 이혼ㆍ사별ㆍ별거 집단은 21%를 차지해 유배우자 집단보다 11% 높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다문화 한부모 가정이 사회적 지지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허오영숙 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경제적인 문제와 정서적인 문제는 함께 가는 경향이 있는데 다문화 한부모 가정의 경우 정서적 지지집단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며 “지지집단이 있더라도 소규모의 자국민 커뮤니티에 불과해 매우 한정적”이라고 했다. 이어 “이들이 지역사회의 소속감 느끼고 주민들과 연대감을 느끼도록 도와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고 강조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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