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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김영석 해양수산부장관]1년 앞둔 ‘등대 올림픽’ IALA 콘퍼런스
어린 시절 우리는 초록불에는 길을 건너고 빨간불에는 멈추라는 신호 규칙을 배웠다. 이런 신호체계는 사회 질서의 일부다. 우리가 신호등에 따라 길을 걷듯 바다 위 항해사는 항로의 왼쪽 경계를 뜻하는 녹색불빛 등대와 오른쪽 경계를 의미하는 적색불빛 등대를 기준으로 선박을 운항한다. 이런 바다의 교통신호체계가 ‘항로표지(航路標識ㆍAids to Navigation)’다.

항로표지는 등대 불빛과 같은 광파(光波)를 비롯하여 음파ㆍ전파 등을 사용, 선박 위치와 주변의 위험물을 알려주는 항행안전 기반시설이다. 항로표지의 기능은 단순한 항로 안내에 머물지 않고, 첨단 기술 및 장비와 결합하여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GPS의 위치 오차를 보정하는 데까지 확대되고 있다. 2019년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이내비게이션(e-Navigation) 시스템이 도입되면 선박의 안전운항 관련 모든 정보를 수집ㆍ제공하는 지능적 항행 안내자 역할까지 수행하게 된다.

다양한 국적의 선박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항로표지를 만들기 위해 1957년 ‘국제항로표지협회(IALA)’가 설립,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8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IALA가 채택한 기술표준 및 지침은 세계 항로표지 시설ㆍ장비의 기준이 되며 각국의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일례로 우리나라의 e-Navigation 시스템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면 기술ㆍ장비 수출을 통해 300조원 규모의 관련 시장에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회원국들은 IALA에서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외교 및 홍보를 통한 기구 내 발언권 강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 이사국, 2014년 부의장국으로 각각 선임돼 기구 내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 항로표지 분야 최대 행사이자 ‘등대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19차 IALA 콘퍼런스’의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내년 5월 27일부터 6월 2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성공적인 항해, 지속 가능한 지구’이라는 주제 아래 열리는 이 행사에는 84개 회원국, 49개 연구기관 및 110개 산업회원 등 450여 명의 대표단이 참가했다.

특히 내년에는 세계 각국의 등대 유물을 최초로 한자리에서 소개하는 ‘세계 등대유물전시회’가 열린다. 또 폐막식에서 세계 문화유산인 등대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지속적으로 관리ㆍ보존할 것을 제안하는 ‘인천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다. 개최지인 인천의 이름을 세계 항로표지 역사에 남기는 뜻 깊은 자리를 만들 예정이다.

이제 IALA 콘퍼런스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항로표지 분야 기술 개발 및 등대 문화유산 보존에 앞장서 왔던 우리나라의 노력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이다. 백여 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등대인 팔미도 등대에 불빛을 밝혔던 인천항에서, 내년 이맘 때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성공적인 ‘등대 올림픽’이 열릴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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