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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피엔스’ 유발 하바리, 인간의 다음 종은?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를 보면 미래 보여
사이보그, 초인간, 비유기체 합성 인간 현실화
데이터교가 지배하는 미래는 디스토피아?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21세기 주요 생산물은 무기와 자동차, 섬유가 아니라 마음과 뇌, 인간의 몸이다’‘인간이 동물을 지배하는 방식은 업그레이된 인간이 나머지 우리를 지배하는 교본이 될 것이다’‘산업혁명이 노동자 계급을 창조했다면, 다음에 올 거대한 혁명은 쓸모없는 계급을 창조할 것이다’

이런 섬뜩한 전망을 내놓은 이는 다름아닌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이자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바리다. 그는 신작 ’호모데우스‘(김영사)에서 인류의 지난 발자취를 거울삼아 미래의 우리 모습을 그려낸다. 그가 조심스럽게 그려낸 새로운 종은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 만큼 우리와 전혀 다르다. 생명공학을 통해 죽음을 초월한 존재, 사이보그 공학으로 타고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초인간, 뇌와 컴퓨터의 연결로 비유기체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인간, 즉 ‘호모 데우스’, 신이 된 인간이다. 우리는 새로운 종의 탄생을 목격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하바리 교수는 “우리가 신기술로 인간의 마음을 재설계할 수 있을 때 호모 사피엔스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인류의 역사가 끝나고 완전히 새로운 과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호모 데우스’는 미래 예측서로도 볼 수 있지만 하바리 교수의 관점은 여느 미래서와 판이하다. 그가 과거 인류의 궤적을 통해 미래를 그려내는 핵심 열쇠는 인간의 마음, 상상이다.

“이야기는 인간사회의 토대이며 기둥이다”는게 하바리 교수의 역사관의 근저를 이룬다. 역사가 전개됨에 따라 신, 국가, 기업에 대한 이야기들이 점점 힘을 길러 객관적 실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소벡 신을 믿었다. 소벡은 신자들의 집단 상상속에만 존재한다. 신에 대한 기도는 사회체계를 결합시키고 그 덕분에 사람들이 홍수와 가뭄을 막는 댐과 운하를 건설할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 속에 함께 존재하는상호주관적 실재인 신, 국가를 믿는 능력때문에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근대 이후의 세계는 다르다. 이집트의 파라오와 중국 황제들이 수천년동안 시도했음에도 극복하지 못했던 기아와 역병을 근대사회는 짧은 시간안에 해결했다.

상호주관적 신화를 버리고 객관적인 과학지식을 선택한 때문이다. 그렇다면 허구를 버리고 과학에만 매달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저자에 따르면, 근대 과학이 확실히 게임의 룰을 바꾼 건 맞지만 신화는 계속 인류를 지배하고 있고, 과학은 그런 신화를 더 강화할 뿐이다. 오히려 컴퓨터와 생명공학 덕분에 허구와 실재의 차이가 모호해질 것이고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허구에 맞게 실재를 바꿀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미래를 이해하려면 데이터만 분석해서 될 게 아니라 우리가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허구들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필수다.

저자는 과학과 종교의 오랜 길항관계를 속도감있게 되짚어 올라온다. 근대 이전의 인간은 전능의 신이나 영구불변의 자연법칙의큰 틀 속에 한 부분으로 자리했다면, 근대 이후 인간은 장대한 우주 계획 따위는 없다고 여긴다. 끔찍한 일이 닥쳐도 어떤 절대자의 구원 대신 기술개발을 통해 난관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구현할 수 있다고 본다. 자유주의 인본주의에서는 개인의 욕망과 경험이 중요할 뿐이다.

이런 인본주의 근간을 형성하는 개인의 자유의지는 21세기 과학혁명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가령 한 남자가 칼을 뽑아 누군가를 찔러 죽였다면, 뇌에서 일어나는 이런 저런 전기화학적 과정으로 해석하는게 더 설득적이다. 생명공학에서 현재 생명은 정보의 흐름일 뿐이다. 몇십년 후면 약물이나 유전공학, 직접적인 뇌자극으로 유기체의 욕망을 조직하거나 통제하는게 가능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뇌를 조직해 인간의 의지조차 조작 가능한 미래에 인간성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저자는 인본주의 이후 21세기 종교로 데이터교를 제시한다. 데이터교는 신도 인간도 우러러 보지 않는다. 데이터교는 중립적인 과학이론으로 시작했지만 옳고 그름을 결정할 권한을 주장하는 종교로 변하는 중이다. 데이터교의 최고선은 ’정보의 흐름‘. 이를 통해 새롭고 훨씬 더 효울적인 데이터 처리 시스템, 즉 만물 인터넷을 창조하는 게 목적이다.

”만물인터넷은 결국 지구에서부터 은하 전체를 아우르고 나아가 우주 전체로까지 확장될 것이다. 이런 우주적 규모의 데이터 처리 시스템은 마치 신과 같을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모든 것을 통제할 것이고 인간은 그 안으로 흡수될 것이다.“(522쪽)

이는 흰두교도들이 말하는 우주의 보편적 영혼과 유사하다.

저자는 그런 미래가 디스토피아일지 유토피아일지 판단은 유보한다. 역사학, 생물학, 철학을 오가며 깊고 넓게 사피엔스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의 모습을 인간의 마음 속에서 잡아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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