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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푸드, 中·日서 성공하려면…전통맛에 新기술 입혀라”
헤럴드경제 리얼푸드-KOTRA ‘2017서울푸드’ 콘퍼런스서 한·중·일 전문가 좌담회

한국ㆍ중국ㆍ일본의 먹거리 문화는 한 마디로 ‘따로 또 같이’다. 음식 이야기를 제대로 하려면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따져야 하지만 세 나라는 오래 전부터 긴밀히 엮어 있었다. 덕분에 비슷한 식문화가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함부로 하나로 뭉뚱그려선 안 된다. 나라마다 특색있는 조리법과 음식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음식이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커버린 오늘, 세 나라의 음식문화와 시장은 어떨까. 국내 식품업계가 거대시장인 중국과 선진시장인 일본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조언들은 없을까.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헤경 리얼푸드는 KOTRA와 함께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2017 서울푸드)를 찾은 한중일 전문가들을 모아 그 해법을 들어봤다. 국제적인 마케팅 리서치업체인 이노바 마켓 인사이트(Innova Market Insight)의 애니 리우(Annie Liu) 중국 지사장, 쿠스메기 쇼이치(久壽米木 正一) 일본 키요모토철공주식회사 기술고문, 친환경 내추럴푸드 기업 올가니카의 양영란 이사가 각국 대표로 참석했다. 이날 좌담회는 ‘2017 서울푸드’의 메인행사로 올해 처음 개설된 ‘글로벌 푸드 트렌드 및 테크 콘퍼런스(Global Food Trend & Tech Conference)’의 연계 행사로 진행됐다

지난 16일 일산 킨텍스 VIP룸에서 진행된 한ㆍ중ㆍ일 식품 좌담회 참석자들. (왼쪽부터)권남근 리얼푸드 편집장, 쿠스메기 쇼이치 일본 키요모토철공주식회사 기술고문, 양영란 올가니카 이사, 애니 리우 이노바 마켓 인
사이트 중국 지사장. 이날 좌담회는‘ 2017 서울푸드’의 메인으로 진행된‘ 2017 글로벌 푸드 트렌드 및 테크 콘퍼런스(Global Food Trend & Tech Conference)’의 연계 행사로 열렸다. 윤병찬 기자/yoon4698@

-권남근 리얼푸드 편집장(사회자)=세 나라는 이웃하고 있지만 음식문화는 제각각이다. 자국 대표음식이나 경쟁력을 소개해 달라.

쿠스메기 쇼이치 고문=초밥은 이미 세계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 밖에 일본말로 다시(だし)라고 하는, 다시마나 멸치를 우려내서 그것을 음식 베이스로 쓰는 문화가 발달했다. 국물에 감칠맛을 더할 수 있어서 다른 나라에서도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애니 리우 지사장=중국 음식도 세계적으로 많이 퍼져있다. 중국 화교들이 많은 나라에 나가있는 덕분이다. 중국식 만두(딤섬 등)나 각종 향신료, 조미료 등이 인기를 끈다. 중국 음식의 역사는 꽤 길어서 다양한 요리들이 존재한다. 새로운 맛을 찾는 외국인들은 이 점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양영란 이사=한국의 김치, 김은 몸에 이롭다는 게 검증됐고 이미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다. 한국에선 약으로도 쓸 수 있는 식재료를 많이 쓴다. 계절에 따라서 식재료로 활용하고 약으로도 먹는다.

-사회자=식품산업은 경쟁이 치열한 분야 중 하나다. 각 나라마다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하나.

쿠스메기 고문=일본의 식품업계는 두 가지로 접근하고 있다. 하나는 식재료의 고유의 맛과 전통적인 음식의 맛을 보존하려는 노력이고, 다른 하나는 조리 프로세스를 개선ㆍ개량해 식품 기술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일본의 제품개발ㆍ가공기술 등 식품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식품 생산업체들과 식품기계 기업들이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함께 크고 있다. 다만 마케팅은 한국이나 중국보다 다소 떨어지는 것 같다.

양 이사=건강한 식재료를 가지고 맛과 건강을 효과적으로 살린 식음료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가령 인삼을 초콜릿과 접목해서 한국만의 맛을 선보이는 것이다. 건강한 음료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비가열착즙음료, 클렌즈주스는 한국이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시도하기도 했다.

리우 지사장=중국에서도 각 지역별로 재배되는 건강한 채소와 과일이 많다. 그걸 이용해서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낸다. 중국과 한국 사이의 경쟁이 불가피한 지점이 아닐까 싶다.

-사회자=건강한 먹거리가 공통된 화두인데, ‘푸드테크 시대’에 기술의 뒷받침도 필요해 보인다.

쿠스메기 고문=소비자들의 건강 지향성이 뚜렷해졌다. 저염, 저당은 기본이다. 중성지방을 억제하는 음료들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선 건강식품이 눈에 띄는 곳에 배치된다. 조미료를 덜 넣으면 음식 맛이 떨어질 수 있는데, 업계에선 맛과 건강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활발히 찾고 있다.

리우 지사장=중국에서도 역시 저염ㆍ저당 같이 건강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저당ㆍ대체 감미료ㆍ클린레이블(clean lable)ㆍ단백질 식품 등이 뜨거운 키워드다. 젊은 부모들은 DHA 같이 두뇌발달에 좋은 성분이 든 제품을 선호한다. 요즘엔 발효유 시장이 부쩍 성장하는데 특히 ‘마시는 요구르트’가 인기다. 매출 규모가 해마다 30%씩 성장하고 있다.


-사회자=건강 트렌드를 기본으로 일본과 중국에서 퍼지는 특별한 소비패턴이 있을까.

쿠스메기 고문=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ㆍHMR)이 대단한 인기다. 일본말로는 ‘나카쇼쿠(中食)’라 한다. 1인가구와 학생들이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이런 식품을 많이 찾은 결과다. 특히 편의점 도시락 수요가 엄청나게 불어났고 관련된 식품기술도 많이 등장했다. 다만 소비자들의 요구는 꽤 까다롭다. 단순히 간편하기만 해선 안 되고, 나트륨을 줄이고 칼로리를 낮추길 원한다. 먹었을 때 마치 집밥을 먹는 느낌을 받기도 바란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술혁신, 연구를 통해서 이런 니즈를 충족하려고 한다.

리우 지사장=중국 소비자들은 잘 알려진 브랜드를 선호한다. 젊은 소비자일수록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불신이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의 브랜드 제품이 늘 인기다. 그러면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구매를 한다. 이런 소비패턴을 주도하는 건 젊은 소비자들, 이른바 ‘바링허우(八零後)’ 세대다. 내 친구들인 젊은 엄마들은 한국, 네덜란드, 호주산 분유를 먹이고 한국과 일본에서 만든 기저귀를 채운다.

-사회자=국외에서 판로를 찾으려는 국내 식품기업들이 많다.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을 하고 있는 올가니카의 양 이사께서 진출 시 어려운 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으면 말해달라.

양 이사=국내 중소 식품기업들 가운데 품질 경쟁력을 갖춘 곳들이 많다. 다만 수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애로점이라면 나라마다 수출을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나 기준이 있는데, 시간이나 인력적인 면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KOTRA 등 정부 기관에서 정보와 자료가 공유되도록 독려해야 한다. 분야별 수출 기업을 효율적으로 모아서 한번에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절실하다.

-사회자=리우 지사장과 쿠스메기 고문께서 중국와 일본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회사들에게 각각 조언을 준다면.

리우 지사장=무엇보다 젊은 소비자들 잡는 게 중요하다. 구매력을 갖춘 바링허우 세대들은 뭔가 새롭고 그들의 오감을 자극한다면 가격에 개의치 않고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입소문 마케팅으로 소비되는 게 많다.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다면 중국 소비자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한국의 맛’을 보여줘야 한다. 허니버터맛을 가미한 한국 회사의 감자칩이 여전히 중국에서 인기다. 다행히 ‘메이드 인 코리아’, ‘한국 스타일’은 중국 사람들에게 프리미엄 이미지로 각인돼 있어서 유리하다.

쿠스메기 고문=전통적인 음식 문화는 유지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기술에도 도전해야 한다. 일본기업은 서로 기술을 공유하지 않는 게 단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좋은 식재료를 쓴 음식이더라도 새로운 가공방식을 도입하거나 서로 협력(콜라보레이션)하면 보다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같은 식재료도 어떻게 조리하고 가열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옛것을 토대로 새로움을 창조하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를 주문한다.

양 이사=한국 상품이 프리미엄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더 중요한 건 ‘실제로 먹어보니 정말로 품질이 좋더라’는 확신을 주는 거다. 이를 위해 올가니카도 건강식, 자연식, 친환경 등 7가지 기준을 엄격히 지키면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정리=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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