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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돈봉투 만찬’ 감찰, 검찰개혁 연결 안되면 무의미
돈봉투 만찬을 벌인 검사들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감찰 지시가 일파만파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긴급 회의를 열고 곧바로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검찰과 법무부가 동시에 감찰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두 기관의 간판이다. 중앙지검장은 검찰내 최대 조직의 수장이며, 검찰국장은 검찰의 예산과 인사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들이 한꺼번에 감찰 대상으로 지목됐으니 검찰 전체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를 검찰 개혁의 고강도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돈봉투 만찬 파문에 관한 한 검찰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우선 자리의 성격과 시기가 매우 부적절하다. 이 지검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수사를 지휘한 특별수사본부장이었다. 반면 안 국장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 라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라고 한다. 그런 두 사람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 전 수석을 기소한지 불과 사흘 뒤에 만나 술을 마셨고 돈까지 주고 받았다. 그 자체가 일반의 상식과는 도무지 맞지 않는다. 게다가 불구속 기소된 우 전 수석에 대해서는 ‘봐주기’ 부실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던 시기였다.

사태를 적당히 뭉개고 넘어가려던 검찰의 태도도 화를 자초한 요인이 됐다고 본다. 사태가 불거지자 검찰은 “부적절한 의도가 없는 모임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강조했다. 이 지검장이 ‘후배 격려차원’에서 행한 법무부 각 실국 모임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큰 사건 마무리에 따른 통상적인 관행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치권과 법조계, 시민단체의 진상 규명 요구가 연일 빗발치는 데도 검찰은 어물쩍 넘어가려고만 했다. 그만큼 외부 비판에 대한 감각이 무디다는 얘기다. 당초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개입하지 않으려 했지만 사흘이 넘도록 검찰의 자발적 조치가 보이지 않자 마음을 바꾸었다고 한다. 결국 검찰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이번 사건은 검찰 개혁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 최고 권력의 눈치를 살피며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검찰은 어느 정권에서든 개혁 대상 1호다. 그 핵심은 검찰 권력의 견제와 힘의 분산이다.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 그 기본 수단이 돼야 한다. 문 대통령 집권 초기인 지금이 딱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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