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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 문재인 대통령의 ‘작은 혁명’
똑같은 생선인데, 한쪽 가게는 불티나게 팔리고 옆 가게는 파리를 날렸다. 알고 보니 잘 팔리는 가게는 생선을 ‘사선(斜線)’으로 비스듬히 배치해 마치 생선이 움직이는 것처럼 싱싱한 느낌을 준 반면, 안 팔리는 가게는 생선을 ‘직선(直線)’으로 똑바로 배치해 마치 생선이 오래되고 상한 느낌을 줬다. 사선 배치라는 작은 변화 하나가 큰 매출을 만든 것이다. 오늘날 감성시대에는 거창하고 거대한 변화보다 작은 변화가 고객(국민)의 마음을 움직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날 국회 로텐터홀에서 조촐한 취임 선서식을 했다. 여야 300여명이 참석하는 이날 행사장 의자엔 이름표를 붙이지 않았다. 그랬더니 여야 4당 의원들이 이리저리 섞여 앉았다. 의자에 이름표 하나를 붙이지 않았을 뿐인데, 아름다운 통합의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참모들과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 과거 정부에서 자주 보아온 탓에 식상한 측면도 있다. 그런데 ‘보통 커피’ 대신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잔디밭으로 나갔더니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쳤다.

노무현 정부 때 참모들이 근무했던 여민관(與民館)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때 위민관(爲民館)으로 바뀌었다가 이번에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여민관으로 바뀌었다. ‘여(與)’ 자(字)와 위(爲) 자(字)의 차이는 뭘까?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 간다는 수평적 의미를 담은 여(與), 그리고 대통령이 국민을 위한다는 수직적 의미를 담은 위(爲) 사이에는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차이가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집무실을 참모들이 근무하고 있는 여민관으로 옮긴 데 이어 2~3년 후엔 아예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불통의 구조를 지닌 청와대를 소통의 공간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역대 정권들이 매번 시도했다가 포기했던 힘든 변화이다. 그러나 청와대를 옮기기 전에, 당장 해야 할 작은 변화 세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를 광화문 청사에서 갖는 것,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쌍방향 기자회견을 정례화하는 것, 청와대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을 정례화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문 대통령이 광화문 청사와 세종시 청사를 수시로 드나들고,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커피 한잔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하거나 대통령이 직접 국회로 찾아가서 협조를 구한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여야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협조를 구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못 할까? 당장 이 작은 세가지만 실천해도 굳이 청와대 전체를 옮기지 않더라도 청와대의 불통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대통령과 언론, 정치권과의 관계에 있어서 획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문 대통령은 5.18 광주항쟁 기념일을 맞이한 광주시민들에게 백 마디 천 마디 말보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결정 하나로 이미 큰 선물을 줬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추미애 당 대표와의 갈등설을 ‘장미꽃 한 송이’로 간단히 해결했다.

직선으로 배치한 생선보다 사선으로 배치한 배치한 생선이 더 잘 팔렸고, 사선으로 배치한 생선보다 더 잘 팔리게 하는 방법은? 많은 얼음조각 위에 생선을 우뚝 세워놓는 것이다. 마치 바다에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생선을 배치한 가게는 대박을 쳤다. 문 대통령도 생선 배치 하나로 높은 매상을 올리는 생선가게 주인처럼, 국민을 위한 새롭고 참신한 변화를 통해 ‘작은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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