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오모(55) 씨는 지난해 가을 쓰러졌다. 방치했던 고혈압이 원인이었다. 쓰러지던 날에도 회사 동료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회식을 했다. 집으로 돌아온 오 씨는 다음날 새벽 고통스러워 하며 잠을 깼다. 갑자기 팔다리에 힘이 쭉 빠지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왔기 때문이었다. 결국 실신한 오 씨는 급하게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검사 결과 그는 뇌경색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17일은 고혈압 예방을 위해 국제고혈압학회가 제정한 ‘세계 고혈압의 날’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이미 6억명가량 고혈압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혈압 유병률(만 30세 이상ㆍ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이 무려 26%나 됐다. 고혈압은 관리되지 않으면 뇌혈관ㆍ비뇨생식기ㆍ신장ㆍ심장ㆍ안과 질환 등 몸 전반에 걸쳐 합병증을 일으키고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에 평소 예방하고, 발병했더라도 꾸준히 정상 혈압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특별한 증상 없다 합병증 통해 처음 느껴” =심장은 체내 펌프 역할을 해 혈관으로 체내 모든 조직과 세포에 혈액이 도달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때 받은 혈관 내 압력이 바로 혈압으로, 이것이 높은 증상이 바로 고혈압이다. 심장은 피를 보내며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는 데 수축 시 압력을 수축기(최고) 혈압, 확장 시 혈압을 이완기(최저) 혈압이라 한다. 의학적으로 고혈압은 혈압이 수축기 140㎜Hgㆍ이완기 90㎜Hg 이상으로 항상 올라가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고혈압이 무서운 이유는 특별한 증상이 없이 수년~수십년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동훈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혈압 환자는 자신이 건강하다고 느끼면서 살아가다 특정한 시기에 합병증에 의한 증상을 느끼기 시작한다”며 “고혈압은 매우 조용한 질환이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기 전 꼭 정기 검진을 통해 발견하고 치료 받아야 한다”고 했다.
고혈압의 가장 흔한 증상은 두통이다. 대부분 뒷머리가 아프며, 아침에 나타나고 오후에는 사라진다. 다음으로 고혈압 환자는 쉽게 피로해진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환자는 쉽게 짜증을 내고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은 물론 간혹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찬 것을 느낀다”며 “코피는 고혈압의 특징적 증상은 아니만 코피가 나면 두려움으로 혈압이 상승해 고혈압 환자는 정상인보다 피가 멎기까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금 섭취ㆍ음주ㆍ비만ㆍ스트레스 등 원인 =고혈압 환자 10명중 약 9명은 발생 원인을 알 수 없다. 이를 본태성(1차성) 고혈압이라고 한다. 나머지 1명은 신체 질환에 의해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 이를 2차성 고혈압이라 한다. 때문에 병원은 환자 치료 전 고혈압이 1차성인지 2차성인지 여부를 먼저 감별한다.
고혈압 원인으로는 우선 유전적 요인을 꼽을 수 있다. 가령 부모 중 한 사람에게 고혈압이 있다면 자녀 네 명 중 한 명에게 고혈압이 발생한다.
부모 모두 고혈압 환자라면 자녀 두 명 중 한 명에게 고혈압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환자 중 약 3분의 1이 유전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소금 섭취와 비만도 혈압을 올리는 대표적 요인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지금까지 여러 연구에 의하면 고혈압 환자가 소금을 많이 섭취할 경우 혈관벽의 평활근 세포내 칼슘의 농도가 올라가 혈관 수축이 예민하게 더 잘 일어나 혈압의 상승이 일어나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며 “비만증 환자의 경우 혈액 내 인슐린 농도가 증가돼 있는데, 인슐린이 염분의 재흡수를 촉진하고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혈압을 상승시키도롯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음주도 고혈압을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다. 하루 맥주나 포도주 3잔 이상을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40% 이상 고혈압의 빈도가 증가한다는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고혈압이 많이 발생한다. 최 교수는 “사람의 성격과 고혈압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야심이 많고 공격적이며 매사에 경쟁적이면서 업무를 강박관념에서 완벽히 마치고자 하는 성격의 소유자에게서 고혈압이 더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도 혈압이 증가한다. 산소가 풍부해진 혈액을 모세혈관까지 전달하는 혈관인 동맥의 탄력이 감소하면서 확장이 여의치 않아 혈압이 오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나이가 들어 혈압이 오른다고 생리적 현상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최고ㆍ최저 혈압이 각각 140ㆍ90㎜Hg 이상이면 치료를 요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경우 피임약을 복용하면 고혈압이 생길 수 있다. 최 교수는 “피임약 복용 시 대부분이 6개월 이내에 고혈압이 발생하지만 대부분 경증이고 약을 끊으면 6개월 이내 정상화된다”며 “다만 평소 고혈압, 신장 이상, 비만이 있는 여성은 고혈압에 조심하며 피임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