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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심한 일상예능 vs 인위적 미션예능
제작진 간섭 최소화 자연스러운 리얼리티 강조
JTBC ‘한끼줍쇼’·tvN ‘윤식당’안방채널 고정

화려한 캐스팅 자랑 공중파 ‘공조7’‘하숙집 딸들’
가짜 웃음 유도·분량챙기기 등 인위적 냄새 폴폴
트렌드 외면한 옛방식 고수에 시청률도 냉랭


예능 프로그램인 ‘공조7’과 ‘하숙집 딸들’은 캐스팅이 화려하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의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하숙집 딸들’‘은 반응이 저조하니 포맷을 바꿔 정체성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왜 이렇게 되어갈까?

이 예능 프로그램의 솔루션을 위해서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보자. 하나는 일상적이고 자연스럽냐는 문제이고, 또 하나는 출연자들끼리 재미있게 놀고 있느냐는 문제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를 한마디로 한다면 리얼리티다. 그러니 자연스러움과 일상적인 예능이 대세다. 토크쇼 조차도 리얼리티가 가미된 ‘라디오스타’가 오래간다. 이런 관점에서 ‘공조7’과 ‘하숙집 딸들’을 보면 요즘 트렌드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둘 다 인위적인 예능 같고 옛날방식이다. 


박상혁 PD가 만든 관찰예능 ‘룸메이트’는 2014년에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만약 지금 한다면 인위적인 예능처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해 ‘한끼줍쇼’라는 포맷은 동네에서 두 명이 산보하듯 예능이 진행되므로 보다 자연스럽다.

이제 여러 명의 인물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미션을 하는 예능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자연스럽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옛날 방식이 돼버린다. 이런 스타일로 시청자들이 봐주는 예능은 ‘무한도전’과 ‘1박2일’ 정도다. 시청자들은 진짜로 웃기느냐, 가짜 웃음이냐를 금세 안다. 하지만 이 두 프로그램은 그런 걸 알고도 본다. 팬심이 바탕이 돼 있어서다. ‘무도’는 캐릭터쇼라는 걸 시청자들이 알고 본다. 그럼에도 예능적 재미는 많이 약화된 상태다.

‘런닝맨’이 죽어라고 미션 한다고 뛰어다녀도 기대만큼의 소득을 얻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차라리 ‘나혼자 산다’나 ‘미운 우리 새끼’처럼 별로 뭘 안하는 게 낫다. ‘나 혼자 산다’는 특별한 무엇을 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볼 수 있다.

‘미우새’는 김건모가 변수다. 그는 관찰예능에서 뭔가를 많이 한다. 요즘 리얼리티와는 다른 옛날 방식이다. 관찰예능은 일상을 넘어 뭔가를 많이 하면 그 자체로 ‘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 김건모는 워낙 독특해 아직은 신기하게 바라볼 수는 있지만 일상적이지는 않다.

소주냉장고, 소주병 트리 만들기, 귀뚜라미 사건, 굴 해체, 양파 300개 까기, 김종민 집에서의 오징어 작업, 마라도 짜장면 9그릇 미션 클리어, 정수기가 아닌 정술(酒)기 등등 그의 행위는 점점 독특함을 넘어 기행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미우새’는 이의 완충장치가 있다. 어머니들이 있어 밸런스를 맞춘다. 어머니들은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포인트로 바꾼다. 김건모 모친은 아들을 보고 “환장해” “미쳤나봐” “진짜 최악이다”라고 한다.

‘하숙집 딸들’은 지금처럼 한국체육대학을 가는 등 게임과 요리를 하는 것보다 아예 집안에 관찰카메라를 설치해놓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자연적이냐와 인위적이냐는 차이는 자연산 회를 먹는 것과 양식 회를 멋는 차이와 비슷하다.

나영석 PD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자연스러운 리얼리티를 추구하는데 양식이 아닌 자연산 물고기들이 많이 다닐 만한 길목에다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이다.

‘하숙집 딸들’이 그냥 카메라만 설치하지 않는 것은 심심한 예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나영석 PD의 ‘윤식당‘은 심심한 일상(여유로운 휴가)을 넘어 해외여행지의 리얼리티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카메라를 어디에다 설치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예능을 보는 또 하나의 관점은 출연자들끼리 재미있게 놀고 있느냐는 문제다.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놀아야 시청자에게도 그것이 오롯히 전달된다. ‘하숙집 딸들’은 예쁜 여배우들이 예능을 하겠다고 모였는데, 막상 뭘 하고 어떻게 하고 놀아야 하는지를 모른다. 그러니 서로 재미 있게 놀기 어렵다.

케미 배틀 형식을 취하는 ‘공조7’은 프로 예능인들이 방송 출연료를 벌기 위해 억지로 엄청난 분량의 짜장면과 돈가스를 먹고 있는 듯하다.

‘아는 형님’은 인위적인 포맷임이 느껴지지만 출연자들끼리 재미있게 놀고 있다는 느낌은 난다.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해주면, 다음 단계는 연출자들의 인위적인 개입이 없이도 스스로 이뤄진다. 넥스트 플레이가 그런 식으로 이어져야 자연스럽다.

최근 ‘아는 형님’에 옥주현과 함께 게스트(전학생)로 다녀온 윤종신은 “말 한마디만 하면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너무 재밌게 놀더라”라고 전했다. ‘아는 형님’은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고, 그림 자체가 폭력적일 때도 있지만, 우선 출연자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으니, 그 놀자판 위에서 재미가 살아난다. 때로는 아슬아슬한 재미이긴 해도 일단 예능적 재미로는 최상위권에 올라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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