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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카드 수수료 인하는 전형적인 선심성 공약
주요 대선 후보들의 금융 관련 선심성 공약이 홍수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나 법정 최고 금리 등을 내리겠다는 게 그 대표적 사례다. 영세 상인과 서민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못하면서 오히려 시장 원칙과 질서를 흔드는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비슷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어 누가 당선되더라도 관련 업계의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논란만 해도 그렇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선 공약집에서 “영세 중소 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 기준을 각각 2억원에서 3억원,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고 수수료율도 점진적으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지금 가맹점 수수료율은 연매출 2억원 이하는 0.8%, 2억원 이상 3억원 이하는 1.3%다. 문 후보는 영세업자들이 주로 포진한 2억~3억원 구간의 수수료율을 1.0%로, 나머지도 점차 줄여가겠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등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 지켜보는 카드사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우선 선거 때만되면 카드사 수수료율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시장 가격 형성 원리를 무시한 포퓰리즘적 발상이란 것이다. 후보들의 공약대로라면 가맹점 열 곳 가운데 아홉 곳 이상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된다. 이로 인한 경영 손실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다고 이 비용을 정부가 따로 보전해 주는 것도 아니다. 정치권은 생색만 내고 그 뒷감당은 민간기업에 떠 넘기겠다는 심보와 다를 게 없다.

여신금융협회는 영세상인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것은 경기침체와 임대료 부담이라는 설문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또 수수료 인하로 가맹점에 돌아가는 혜택은 월 2만~3만원에 불과하다. 카드회사 팔목을 비튼다고 영세상인들의 어려움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법정 최고 이자율을 20%선으로 낮추겠다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과 대부업계에 적용하는 법정 최고 금리는 무작정 내리다고 좋은 건 아니다. 최고금리를 무리하게 낮추면 신용 강화로 대출이 줄어들게 되고 결국 저신용자들은 사금융시장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런 기본적인 부작용을 후보 캠프에서 모를 리 없다.

시장질서를 흔드는 선심성 공약의 당선 후유증을 기업이 짊어져야 한다면 한국 경제의 앞길은 험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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