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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연휴는 남의 일①]“가족 여행 위해 연차 쓸게요”…金부장 얼굴이 굳었다
-중소기업 직장인 “빨간날만 쉬어도 감지덕지”
-대기업ㆍ공기업 등과 비교땐 ‘상대적 박탈감’
-아이 맡길 곳 없어 발 동동…“연휴가 두렵다”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5월 징검다리 황금연휴가 시작되면서 국내외 여행을 가는 사람들로 공항과 고속도로가 붐빈다. 그러나 모든 직장인들이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 직원들이나 자영업자들은 빨간 날 조차 쉬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최장 11일의 황금 연휴가 시작되면서 인천공항이 붐비고 있지만 주어진 연차도 눈치보며 써야 하는 잘못된 기업 문화로 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만 봐야 하는 직장인도 많다. [헤럴드경제DB]

공기업에서 간부로 일하고 있는 박모(45) 씨는 요 며칠 업무에 박차를 가했다. 징검다리 연휴에 연차를 쓰고 가족들과 유럽 여행을 떠나기 때문. 김씨는 “회사에서 공휴일은 모두 쉬는데 연차도 이용해서 오랜만에 가족들과의 시간을 냈다”며 “다른 젊은 직원들도 공휴일에 끼어있는 2일과 4일 중 하루 정도는 연차를 내고 짧게라도 해외 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28일 공식 업무가 끝난 저녁 시간부터 박씨처럼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해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로 인천국제공항은 북새통을 이뤘다. 인천공항공사는 28일부터 5월 9일까지 12일간 인천공항을 이용할 승객이 약 197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모든 직장인이 박 씨처럼 연휴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자유롭게 연차를 쓰는 분위기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기도 화성의 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차모(31) 씨는 “쉬는 날이 몰려있어 부모님을 모시고 가까운 일본에 온천여행이라도 다녀올까 싶어 연차 이야기를 꺼냈더니 팀장이 얼굴을 찌푸리며 ‘납기가 코앞인데 쉬고 싶냐’며 면박을 줬다”며 “이럴때면 역시 대기업을 가야 사람대접 받는다는 얘기가 가슴에 박혔다”고 했다.

경기도 파주의 한 잡지사에서 일하는 김정수(29) 씨는 “사장이 4일에 회사 체육대회를 하겠다면서도 마감이 있으니 다른 휴일에는 일을 하라고 한다. 일이 바쁘면 체육대회를 하지 말고 하루 정도는 쉬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래서 다들 공무원이나 공기업으로 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기간 남들보다 더 바쁜 직장인들도 있다. 학습지 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34)씨는 “지소장이 연휴 기간 동안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공원이나 놀이공원 앞에서 홍보활동을 하라는 압박을 하는 통에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학습지 교사는 근로자가 아니라면서 근로자의 날은 또 못 쉰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남들처럼 쉬지 못하는 것도 억울한 이들을 괴롭히는 일은 또 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단기 방학 등으로 쉬면서 당장 아이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이다. 5세와 7세 아이들을 두고있는 직장인 이모(37) 씨는 “일이 바빠 어린이날에 아이하고 어디 놀러가지도 못하고 부모님하고 어버이날에 식사도 같이 못하는데 아이 봐달라고 친정 부모님 도움을 오히려 받을 처지”라며 “매년 5월 하는 고민이지만 올해는 황금연휴라고 여기저기에서 말하니 유달리 부담스럽다”고 했다. 독서교육업체 한우리독서토론논술이 학부모 6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1%는 “황금연휴나 단기 방학이 반갑지 않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절반의 학부모가 “직장 출근으로 아이가 혼자 집에 있게 되서”라고 답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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