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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철회] “현 구조가 글로벌경쟁력 최적 모델”…JY, 승부수 띄웠다
총수 유고·법적 애로·여론 반대 감안
지주사 전환 경영역량 분산 등 우려
구속 중인 이재용 부회장 의중 담겨
‘파부침주’의 의미로 자사주 소각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카드를 내려놓은 것은 대내외 환경에 돌출된 악재 탓이다. 사상초유의 ‘총수 유고 사태’를 맞은 상황에서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사라지면서 추진 주체도 사라졌고 지주사 전환을 위해 넘어야할 걸림돌은 곳곳에 산적해있다. 현재 사업 구조가 삼성전자가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라는 점도 한 몫했다. 특히 지난 4년동안 검토한 지주사 전환을 갑작스레 철회한 배경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29일 이사회를 열어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공식화한 지 5개월 여만에 이를 전격 철회한 것이다. 


삼성전자 지주사 설립은 2013년말부터 진행돼온 삼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핵심이다. 당초 삼성의 계획은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옛 에버랜드)과 삼성전자 지분 4.25%를 보유한 삼성물산 합병▷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해 삼성지주사로 세운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환과정에서 자사주를 지주사에 넘기면 의결권이 되살아나 삼성전자 사업회사에 대한 오너 지배권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주사 전환 계획은 갖가지 악재가 돌출되면서 철회됐다.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을 막은 걸림돌은 크게 3가지다. 경영상 부담, 법적 장벽, 비우호적인 여론 등이 꼽힌다. 삼성전자가 첫번째로 제시한 부담요인으로는 지주사 전환이 사업경쟁력 강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영 역량 분산 등 사업에 부담을 줄수 있고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여러문제들이 수반된다는 우려에서다.

우선,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계열회사의 보유 지분 정리 등이 필요하다. 계열사 보유 지분 정리는 각 회사의 이사회와 주주들의 동의가 필수적인만큼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법)과 보험업법 규정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경우 현재 금융 계열회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일부 또는 전량 매각이 필요할 수도 있어 삼성전자 주가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게 삼성전자 내부 판단이다.

법적 여건도 불리하다. 최근 국회에서는 지주사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 개정안 여러건이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이 어려운 제반 여건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구조 대비 뚜렷한 개선 요인이 없어 주주가치와 회사 성장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업구조가 글로벌경쟁력을 차별화할수 있는 최적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TV 등 세트 사업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가 사업 구조적 측면의 경쟁력을 갖춘 상황에서 지주사 전환은 추가적인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바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의중도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옥중에서 최고경영진들로부터 지주사 전환 철회를 보고 받았으나 별다른 이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총 4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시장전문가들은 이를 지주사 전환을 철회하겠다는 ‘파부침주’의 결연한 의지로 분석했다. 

권도경 기자 /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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