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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性)문제 몸살 상아탑①] 왕게임에 성희롱까지…난무하는 대학생 ‘퇴폐미팅’
-미팅서 성폭력 버금가는 수위 높은 스킨십도
-퇴폐미팅으로 트라우마까지…일상 생활에 지장
-최근 미팅, 성적 접촉 전제 일회성 만남의 장으로


[헤럴드경제=신동윤ㆍ박로명 기자]서울 소재 A 대학교에 재학중인 김모(23ㆍ여) 씨는 최근 대학 동기가 주선해준 3대3 미팅에 참석했다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남학생 측에서 일명 ‘왕게임(참가자들이 각각 고유 숫자를 부여받고 왕으로 선정된 참가자가 무직위로 번호를 불러 명령하는 게임)’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왕이 된 한 남성은 ‘볼에 뽀뽀하기’부터 ‘입에서 입으로 얼음 넘기기’, ‘무릎에 앉아서 5초동안 키스하기’ 등의 스킨십을 요구했다. 김 씨는 스킨십이 부담스럽다며 몇 차례 거절했지만 남학생들로부터 돌아온 말은 “네 파트너가 마음에 안드냐”, “분위기 흐리지 말라”는 말 뿐이었다. 억지로 참고 게임에 참여했던 김 씨는 급기야 한 남학생이 “4번이 2번 엉덩이 때리고 2번은 신음소리 내”라는 말까지 하자 참을 수가 없었다. 남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김 씨뿐만 아니라 함께 미팅에 참가한 여학생들의 표정이 구겨졌다. 뒤늦게 분위기를 파악한 남학생들은 “장난”이라며 얼버무렸지만 김 씨는 불쾌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

24일 대학가에 따르면 새 학기를 맞아 대학생들의 미팅 자리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미팅자리에서 성폭력을 방불케하는 수위높은 스킨십을 요구하는 등 ‘퇴폐미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올해 입학을 앞둔 대학 새내기 1518명을 대상으로 ‘대학 입학 후 이뤄지길 바라는 캠퍼스 로망’을 물었을 때 30.2%가 ‘소개팅과 미팅’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대학생활의 대표 로망 중 하나인 미팅이 현실에선 큰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것.

이 같은 퇴폐미팅으로 인해 이성에 대한 트라우마까지 얻는 경우도 있다.

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안모(20ㆍ여) 씨는 ‘가벼운 만남을 원한다’던 남학생 파트너가 미팅 내내 옆에 앉아 팔짱을 끼고 머리를 쓰다듬는 등 스킨십을 했다. 참다 못한 안 씨가 집에 가겠다고 나오자 해당 남학생이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쫓아왔고, 집 근처에선 입을 맞추려 시도까지 했다. 이후 안 씨는 수개월간 고통받기도 했다.

올해 졸업을 앞둔 이모(25ㆍ여) 씨 역시 명문대 남학생들과 미팅을 주선해주겠다는 말만 믿고 나갔다 성추행을 당했다. 한 남학생이 치마를 입고 나온 이 씨의 허벅지를 손으로 쓰다듬자 이 씨는 “하지 말라”고 단호한 목소리로 거부했지만, 오히려 해당 남학생은 “이런 자리가 다 그런 자리 아니냐”라며 적반하장식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는 이 씨는 “예전처럼 소지품을 교환하는 순수한 미팅을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치는 수가 있다”고 경고했다.

자칭 ‘미팅 고수’ 이모(27) 씨는 “최근엔 과거의 방식과는 달리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활용해 미팅을 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전혀 관련없는 사람들끼리 만나다보니 일회성 만남의 느낌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카오톡 오픈채팅 상에서 ‘미팅’ 혹은 ‘과팅’이라 검색하면 상대방의 학교, 나이, 미팅 인원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미팅 날짜와 장소를 잡는 채팅방을 50여개 이상 발견할 수 있다.

이 같은 대학생들의 미팅 문화에 대해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도한 입시경쟁, 왜곡된 성문화, 소통창구의 부재 등으로 남녀 간 관계도 소모적이고 일회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가벼운 만남을 갖는다고 해서 처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예전부터 여성이 ‘싫다’고 했을 때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이지 않는 왜곡된 성 문화에 대해 관대했다”며 “장기적으로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꾸준한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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