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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일의 불륜…객석 ‘중년의 사랑’을 느끼다
-뮤지컬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옥주현·박은태 원캐스트…‘자아 찾아가는 프란체스카’ 스토리에 반하고 풍성한 음향에 놀라

결국엔 ‘불륜’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을 ‘불륜’이라는 단어에 가둔다면,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독자라면, 혹은 관람객이라면 울컥 할지 모르겠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결혼한지 20여년, 비록 미친듯 사랑해서 한 결혼은 아니지만 아들과 딸 그리고 남편과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여자. 남편과 아이들이 집을 비운 사이 낯선 남자가 찾아온다. 사진가라는 그는 여자가 스스로 잊고 있었던 ‘여성’이라는 자아를 찾아준다. 나흘간 이어진 격정적 사랑. 남자는 함께 떠나자고 하지만 여자는 20여년간 자신이 일궈왔던 삶을 택한다. 둘은 평생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만나지는 않는다. 죽은 뒤에야 비로소 같은 곳에 재로 뿌려진다.

중년 남녀의 운명적 사랑을 그린 로버트 제임스 월러(1939~2017)의 소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1992년 출판돼 25개국에서 수천 만부가 팔리며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1995년엔 메릴 스트립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주연으로 영화화 되기도 했다. 이어 2014년엔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선보인다. 당시 토니상과 드라마 데스크상에서 최우수 작곡상과 편곡상을 수상했다. 

세계적 베스트 셀러인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소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뮤지컬로 찾아왔다. 뮤지컬 스타 옥주현과 박은태가 주인공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에 원캐스팅 됐다. 공연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6월 18일까지 이어진다. [사진제공=프레인글로벌ㆍ쇼노트]

뮤지컬 버전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지난 15일부터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스타 옥주현(37)과 박은태(36)가 각각 주인공인 프란체스카와 사진작가 로버트로 출연한다.

뮤지컬 티켓 파워가 검증된 옥주현이 원캐스트 됐다는 소식에 뮤지컬 팬들의 기대도 컸다. 19일 프레스콜에서 만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이같은 기대를 충족하고도 남았다. 옥주현과 박은태의 캐미스트리도 상당했지만 무대를 압축적으로 활용해 스토리를 전개하는 구성도 훌륭했다.

더불어 그랜드피아노까지 동원한 오케스트라와 음식이 나오는 장면에서 풍겨나오는 버터향 등 세심한 연출도 돋보였다.

뮤지컬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주인공은 단연 프란체스카다. 로버트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설과 달리 뮤지컬에선 프란체스카의 목소리로 극이 전개된다. 육아와 살림에 찌들어 ‘엄마’와 ‘아내’라는 이름으로만 살아왔던 한 여성이 예기치 못한 사랑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태영 연출은 “이태리에서 건너온 프란체스카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자신의 꿈도, 여자로서 정체성도 잃어버리고 살다가 새로운 사랑을 만나며 가정을 지킬 것인지 새로운 사랑과 함께 떠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며 “이 작품을 사랑 혹은 외도에 관한 이야기로 볼 수 있으나, 주인공 프란체스카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극의 핵심은 프란체스카의 성장과 완성이지만 그것이 공감을 얻기 위해선 로버트의 역할에 상당한 무게중심이 쏠린다. 이들의 사랑이 ‘특별’한 것으로, 단순한 ‘감정의 흔들림’ 이상의 것임을 보여주어야 개연성이 살아나기 때문. 박은태에게 주어진 숙제다. 박은태는 “가정이 있는 여자에게 같이 떠나자는 남자 로버트의 모습이 부정적이거나 나빠 보이지 않아야 한다”며 “감정이나 말을 거짓 없이, 진심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을 늘 하고 있다.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더불어 배우들의 가창력도 흠 잡을 곳이 없다. 프란체스카의 안정적이면서도 한편 쓸쓸한 목소리, 박은태의 진솔하면서도 호소적인 노래에 이어 조연들의 화려한 합창까지 객석을 울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옥주현은 “제 삽입곡 악보에는 ‘슬프고 우울하다’는 뜻의 ‘샤콘느(chaconne)’라는 표기가 많다. 아무도 없을때 조용히 자신의 마음을 꺼내어 살피는 주부를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공연은 6월 18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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