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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그룹 해체의 그늘…발목잡힌 비주력계열사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삼성그룹 해체의 그늘이 비주력 계열사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 지난달초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사라진 이후 일부 비주력계열사들이 경영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등 업무상 난맥을 보이고 있다. 그룹 해체 이후 기치를 올렸던 자율경영체제가 비주력계열사 곳곳에는 자리잡지 못한 모양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가 주관한 엔지니어링 합작회사 설립에 최근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는 산자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해양플랜트 설계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추진한 국책프로젝트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3사와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등 총 5곳이 참여한다. 


업계에 따르면 산자부는 합작회사 지분과 운영비 분담 등을 지난달까지 확정하기로 했다. 이달중 최종결정을 내린 후 합작법인을 설립해야 하반기부터 정부 국책과제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작회사 최종운영방안에 대한 결론은 한달 가량 연기됐다. 이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삼성 계열사 두 곳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3개사는 일찌감치 지분과 운영방안 등에 대해 확답했다. 삼성 계열사는 그룹 총수가 구속되고 미래전략실마저 해체되면서 정부국책사업 참여 여부를 두고 의사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합작법인의 자본금은 5억원이며 납입기일은 6월 말이다. 지분은 ▷현대중공업 28.6% ▷ GS건설28.6% ▷대우조선해양 14.2%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28.6% 등이다. 운영비는 연간 120억원이다. 정부가 연간 50억원 가량 부담하고 각 주주가 70억원을 맡는다. 지분률대로 나누면 삼성 계열사 두곳은 연간 20억원, 나머지 3개사는 각각 17억원 가량 맡는다.

산자부가 추진중인 엔지니어링 합작회사는 고부가가치산업인 해양플랜트 설계기술을 선진화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해양플랜트 건조 기술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고수익을 내는 설계 분야에서는 유럽 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뒤처져있다. 유럽업체들의 설계에 의존하는 국내조선업체들은 해양플랜트 건조시 번번이 현장설계가 바뀌면서 공정비용과 기간이 늘어나 경영난에 빠진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설계 기술은 국내 조선업계가 장기적으로 지향해야하는 분야”라면서 “정부 국책사업 일정이 삼성 계열사 때문에 연기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그룹 우산 밖으로 나온 비주력 계열사들의 실정이 단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율경영체제가 뿌리내린 삼성전자 등 주력계열사들과 업황 불황을 겪는 비주력계열사간 명암이 엇갈리는 장면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비주력 계열사를 지원하던 미래전략실의 순기능이 사라지면서 삼성의 일부 계열사들은 의사결정마저 쉽게 하지 못하고 있다”며 “각 계열사간 업무상 혼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권도경기자/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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