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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7000만 범죄자에게 새 시작을”…출소 후 일자리중개 스타트업 설립한 CEO
[SUPERICH=이세진 기자] 돈에 취해 성공에 성공을 거듭하던 ‘월스트리트 맨’, 어느 날 증권 사기범이 되어 교도소에 갇혔다. 출소 후, 그는 ‘감방 동료’들을 위해 일하기로 마음먹는다. 곧 회사 하나를 차렸다. 전과자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기 위해 고안된 중개 플랫폼 ‘70 밀리언 잡스(70 Million Jobs)’다.

최근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Forbes)와 만난 영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 리처드 브론슨(Richard Bronson). 영국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Branson)과 유사한 이름을 가진 그는 한때 미국 사교계의 ‘중심’이었다. 마이애미시 시립 발레단 의장, 현대미술관 이사 등 그가 가진 직함도 화려했다. 

리처드 브론슨 [출처=리처드 브론슨 페이스북]

뉴욕 롱아일랜드에 위치한 시오셋(Syosset) 출신인 그는 뉴욕주립대학교(SUNY Buffalo)와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공부한 후 월스트리트로 진출했다. 청년 시절 브론슨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주인공처럼 살았다. 실제로 그는 이 영화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실제 주인공 조던 벨포트와 함께 일했다. 그러니까, 벨포트가 세운 투자은행 스트래튼 오크몬트(Stratton Oakmont)가 그의 직장이었다.

브론슨은 “‘욕심이 좋은 것’이던 시절이었다(These were the ‘greed is good’ days)”고 1980년대의 그 자신을 회상했다.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던 그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건 무조건 한다는 태도를 가지고 살았다고 했다.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처럼 ‘로맨틱’(romantic)했던 시간”을 보내며 파트너 자리까지 올랐던 그는 곧 자산관리회사를 설립해 독립했다. 3명으로 시작했던 이 회사는 곧 500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린 회사로 성장했다. 연간 이익도 1억달러(약 1130억원)를 찍었다. 

리처드 브론슨 [출처=리처드 브론슨 링크드인]

“우리는 도덕적으로 일하지 않았고,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모두들 다 그렇게 한다는 생각으로 나를 달랬다.” 그러던 어느 날, 문 앞에 찾아온 낯선 사람들은 그를 법정으로 끌고 갔다. 그는 증권 사기로 유죄를 선고받고 22개월을 교도소에서 살았다.

가장 높은 산 정상에서 가장 깊은 계곡까지 순식간에 추락한 브론슨. 밖에 있는 가족과 친구를 실망시켰다는 부끄러운 마음이 앞섰지만 ‘감방 동기’들에 대한 마음이 생겨났다. 그는 “교도소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그들이 내가 밖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보다 전혀 나쁘지도 괜찮지도 않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브론슨이 그들을 관찰한 결과 “그들은 그저 삶에서 정말 제한된 선택지밖에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이었고, “똑같은 주변 사람들의 삶을 따라갔던 사람들이었다”고 회상했다.

‘두 번째 기회’를 주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나온 배경이었다. 출소 후 브론슨은 2016년 3월 ‘70 밀리언 잡스’를 차렸다. ‘70 밀리언(7000만)’이라는 숫자는 전과가 있는 미국 성인의 숫자다. 브론슨은 미국 성인 인구의 ‘3분의 1’이라고 말한다. 이들 대부분은 ‘과거’에 대한 고용주의 편견이나 일자리 정보의 부족으로 재취업을 하지 못한다. 이는 곧 재범이나 상습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70 밀리언 잡스 설명 이미지 [출처=리처드 브론슨 링크드인]

브론슨은 “LA와 같이 큰 도시에서는 상습범죄가 매년 수조 달러의 손실을 입히는 실정이고, 이는 생명과 가족을 해치고 사회를 부식시킨다”며 “이같은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상습범죄를 줄이는 솔루션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솔루션’이란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70 밀리언 잡스’는 LA 시장 에릭 가세티(Eric Garcetti)와 파트너쉽을 체결해 ‘두 번째 기회’를 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LA 사업장 고용주에게 일자리를 포스팅하게 독려하고, 구직자는 문자로 알람을 받는 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했다. 구직자는 비디오로 된 이력서를 바로 고용주에게 보낼 수 있다.

브론슨은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우리 플랫폼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처럼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맨으로서는 더 큰 숫자를 원하지만, 한 인간으로서는 단 한 사람만 기회를 얻어도 행복할 것”이라는 진심을 덧붙였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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