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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식욕, 성욕, 번식욕 동물과 다름없어
굴착기처럼 땅을 파는 국화쥐손이
7년에 한번 피는 시체꽃의 비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역동성 포착
日 무사=벚꽃 이미지는 허구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국화쥐손이 씨앗은 스프링처럼 생긴 꼬리를 갖고 있다. 이 돌돌 말린 씨앗은 비가 올 때 펴지가 시작한다. 흙이 메말랐을 때보다 땅에 파고들어 발아하기 좋은 때란 걸 알고 있는 것이다. 씨앗 크기의 1.5배 깊이까지 스스로 돌면서 거뜬히 파들어간다. 더 놀라운 건 자신의 몸을 세워 굴착 각도를 수직으로 유지한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식물이란 명칭이 무색하다. 손승우 PD는 식물 대신 ‘녹색 동물’이란 표현을 쓴다.


그의 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짝짓기와 번식까지 동물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식물의 놀라운 역동성을 영상으로 담아내 화제가 됐던 동명의 자연다큐멘터리를 단행본으로 재구성한 ‘녹색동물’(위즈덤하우스)은 ‘식물은 정적’이라는 편견을 깬다.

식물 역시 살아간다는 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실새삼이란 기생식물은 냄새를 맡아 사냥하며, 네펜데스 로위는 동물의 배설물을 영양분으로 쓰기 위해 변기의 모습으로 진화했다. 라피도포라는 햇빛을 사냥하기 위해 스스로 잎에 구멍을 내고, 캐톱시스는 빛을 독차지할 수 있는 전깃줄 위에서도 자란다. 흙이 없는 공중에서 캐톱시스는 변형된 잎 중앙에 물을 보관해 불부족을 해결한다.

7년에 한번 피는 꽃, 시체꽃의 짝짓기 욕망은 치열하다. 높이 3미터 폭 1.5미터, 지구에서 가장 큰 이 꽃이 유혹하는 것은 작은 파리다. 이 수술대로 파리를 불러 모으기 위해 말 그대로 시체냄새를 풍긴다. 이 때 꽃은 인간의 체온과 비슷한 36도 정도의 열을 발산한다. 3미터 꽃기둥을 발판삼아 상승기류를 타고 반경 1km까지 악취가 번지게 된다. 수많은 파리가 몰려 수정은 순식간에 이뤄진다.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미국 등 전 세계의 희귀식물을 담아낸 책은 기존 다큐멘터리 콘텐츠와 달리 식물의 식욕, 성욕, 번식욕 등 식물의 일대기 형식을 취해 흥미를 더한다.

사회, 정치적 격동기인 15, 16세기 센코쿠 시대(전국시대), 무사들이 꽃을 사랑했다는 건 의외다. 잡초식물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글항아리)에서 무사들은 매일 매일 싸움 속에서 식물을 통해 힐링했다고 말한다.

식물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에도 시대에 오면 원예붐을 일으킨다. 무사들의 저택이 그 중심이었다. 무사들은 쇼군으로부터 하사받은 저택에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스스로의 권위를 나타냈다. 에도의 여러 다이묘 저택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정원꾸미기에 나섰다. 당시 에도의 토지 이용실태를 보면, 다이묘 저택과 그 가신들의 집 등 무사들이 차지한 땅이 70퍼센트에 육박했다. 한마디로 에도는 정원도시였던 셈이다. 이들이 원예에 힘쓴 것은 그들의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원예광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식물을 좋아했던 이에야스는 에도에 막부를 열자마자 성안에 ‘전용 꽃밭’을 마련하고 식물을 수집했다. 바로 에도 원예의 시초다.

당시 유행한 식물 중 하나가 만년청으로 불린 은방울꽃류다. 


이에야스가 에도에 입성했을 때 집안을 장식한 식물도 이 꽃으로 알려졌다. 만년청 가운데 반점이 들어간 진귀종은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진귀한 만년청 기르기에 힘을 쏟은 무사들도 적지 않았다. 저자에 따르면 이 진귀종은 식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작고 귀여운 앵초가 무사계급 사이에서 유행한 것도 의외다.

꽃은 질 때 산산이 흩날리는 벚꽃이 가장 아름답고, 사람은 벚꽃처럼 질 때가 아름다워야 가장 훌륭한 무사라는 ‘꽃은 벚나무, 사람은 무사’란 말은 사실 맞지 않다.

일본의 전통적인 산벚나무는 개화시기도 길고 꽃과 동시에 잎도 피어나는게 특징이다. 깨끗하고 화려하게 꽃이 피고 지는 특성은 왕벚나무로, 저자에 따르면, 이 나무가 탄생한 것은 에도 중기인 1750년으로 무사들이 활동하던 시기에는 흔치 않았던 꽃나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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