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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五덕ㆍ十덕… 덕후가 나타났다
- 북서울미술관 ‘덕후 프로젝트: 몰입하다’전
- 日 하위문화 탐닉자에서 학위없는 전문가로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한 작가는 만화에 그려진 고기를 만드는 법을 진지하게 탐구했다. 다른 작가는 자신의 핸드폰을 장식했던 액세서리를 10년간 모았다. 또 다른 작가는 쿠엔틴 타란티노를 좋아해, 그의 영화 ‘킬빌’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냈다. “데뷔이후 작업은 ‘덕질’의 결과물이며, 이것은 ‘덕화’다”

‘덕후’가 나타났다. 미술관은 그들에게 문을 활짝 열었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효준)은 ‘덕후 프로젝트: 몰입하다’ 전을 4월 11일부터 7월 9일까지 서울 노원구 북서울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진기종, Match the Hatch, 2017, 설치, 사진, 오브제, 가변크기.[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조문기, 초자연현상 매니아 류혹성, 2017, 컬러, 스테레오 단채널영상, 12분 28초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덕후란, 원래 한 분야(애니메이션)에 열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를 누리꾼들이 이와 유사한 발음인 ‘오덕후’로 바꾸어 부르며 생겨난 줄임말이다. 덕후에 대한 이미지도 ‘특정 분야에만 빠져 폐쇄적인 사람들’에서 최근 ‘학위 없는 전문가’, ‘능력자’로 바뀌었다. 분야도 일본 서브컬쳐인 애니메이션에 한정되지 않고 클래식(클덕), 밀리터리(밀덕)로 확장하면서 분야와 경계를 막론하고 자신의 관심 분야에 시간과 경험을 즐거이 투자해 전문지식이나 실력을 축적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서울미술관 측은 “덕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바탕으로 좋아하는 분야에 깊이 몰입하며 가지게 되는 기질이나 자세, 행동 양식의 의미를 조명함으로써 ‘덕후’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동시대 사회문화적 현상을 사펴보고자 한다”고 전시기획의도를 설명했다.

북서울미술관 2층 전체를 활용하는 전시는 전시실 2와 프로젝트 갤러리 2에서 진행된다. 전시실에는 김성재, 김이박, 박미나, 송민정, 신창용, 이권, 이현진, 장지우, 조문기, 진기종 등 10명의 작가들의 영상, 회화, 설치 작품이 선보인다. 

고성배, 더쿠 메이커, 만화, 부분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장지우, 지우맨 에피소드 5, 2017, 싱글채널 비디오, 11분 30초.[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덕후라고 불리기엔 소양이 부족하다”는 장지우는 일본의 서브컬쳐 중 하나인 ‘특촬물(특수촬영물)’의 장르적 특성을 복각하는 ‘지우맨’프로젝트로 젊은세대의 현실을 바라본다. 이번 전시에는 지우맨 에피소드 4와 5를 공개한다.

조문기는 ‘초자연현상 매니아 류혹성’이라는 영상으로 덕후의 행동을 반영한 작업을 통해 타인을 인식하고 이미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정관념에 대해 질문한다.

프로젝트 갤러리 2에서는 ‘The Kooh’ 편집장 고성배의 참여형 전시 ‘더쿠 메이커’를 진행한다. 덕후의 습성 10가지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기혜경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 운영부장은 “올해 미술관 전시의 주제어는 경계와 주변”이라며 “그동안 주변인으로만 치부돼 왔던 덕후들의 습성이 어떻게 ‘창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전시를 통해 바라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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