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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참상, 4배의 하청 사고사망율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11일 내놓은 ‘2015년 원ㆍ하청 산업재해 실태조사’결과가 충격적이다. 하청근로자의 사고사망 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비율)이 0.21명으로 원청 근로자(0.05명)보다 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해율(100명당 사고비율)은 그 반대다. 원청(0.79명)에 비해 하청(0.20명)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청업체들이 사망 등 중대한 산재사고가 아니라면 신고조차 하지 않고 은폐해 버린다는 의미다. 책임자 처벌과 작업 환경 개선, 보험료 상승 등 산재 처리를 할 경우 뒤따르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잔사고를 당한 하청근로자에게 보상이나 사후관리가 제대로 진행될리 없다.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임금에서 위험, 심지어 사고를 당한 근로자의 사후관리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가 불러온 오늘날 노동시장의 참혹상이다.

노사정위원회가 원청업체에 책임을 엄격하게 지워 산재를 예방해 나가겠다며 마련한 게 지난 2014년의 ‘산업안전보건 혁신의 원칙 및 방향에 관한 노사정 합의문’이다. 노동부가 ‘산업현장 안전보건 혁신을 위한 종합계획’을 마련한 것도 벌써 3년 전이다. 건설업계에서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하고 종합심사낙찰제로 전환한지도 2년이 다 돼간다. 재해율과 사망만인율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산업재해의 양극화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아직도 전체 재해의 81.8%가 50인 미만의 중소하청기업에서 발생한다. 우리 근로자들의 사고 사망률이 OECD 국가 평균의 3배를 넘어 최하위권에 머무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이같은 ‘위험의 외주화’에 있다. 대ㆍ중소기업간 하청시스템은 한때 한강의 기적을 불러왔지만 지금은 대기업의 위기관리 비용을 전가하는 터널로 기능할 뿐이라고 지탄받는 이유다.

정부는 11일 원청업체의 하청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관리를 강화할 목적에서 산업재해를 통합 관리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 법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관련 제도만으로 하청업체의 사망사고가 줄어들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게다가 이제 통계만 제대로 관리하겠다는 걸음마 수준이다.

‘원청 하청 기업간 안전의 균질화’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후진국형 산업재해를 벗어날 수 있다. 산업재해의 양극화라는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그대로 둔 채 만들어진 일자리 정책은 허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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