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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공기반 소리반
지금이야 임팩트가 덜하지만, ‘공기반 소리반’이란 말이 유행어처럼 된 적이 있다. 가수 박진영이 TV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평으로 던진 표현이다. 정체가 뭔지 갑론을박이 있었다. 복식호흡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한데 딱히 와닿는 설명은 부족했다. 아무튼 ‘노래 좀 한다’는 얘길 들으려면 생목을 쓰기보단 어깨ㆍ목에 힘 빼고 불러야 한다는 조언으로 해석됐다. ‘말하듯 불러야 한다’ 이것도 박진영이 오디션 참가자에게 줄기차게 주문했던 사항이다. ‘공기반 소리반+말하듯 가창’ 이게 가수 성공의 2대 요소로 풀이된다. 가요계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이의 말이니 흘려 듣긴 어렵다. 대중을 매료시키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해서다.

요즘 단연 흥미로운 장면은 대선후보 연설이다. 박진영의 잣대론 모두 탈락이다. 맥락없이 엉뚱한 대목에서 힘을 준다. 후보를 짝짓기 해 2자든 5자든 상관없다. 정치 무관심층을 몰입시킬 만한 선수가 없다. 누구는 오랜 눌변이고, 또 다른 이는 목을 긁으며 느닷없이 볼륨을 키워 시쳇말로 깬다. 1980년대 문전성시를 이뤘던 웅변대회에서도 입상하기 힘든 수준이다.


전달력이 아쉬우면 내용이라도 알차야 하는데, 각 주자의 말엔 상대를 비방하는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 패권ㆍ적폐란 말은 벌써 고장난 레코드에서 무한재생되는 단어가 됐다. 나만의 스토리가 없으니 진정성도, 공감도 빈약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같은 정치인은 우리에겐 먼 미래임을 느낀다.

더 가관은 문슬림(문재인+무슬림)이니 안슬림(안철수+무슬림)이니 하며 각 지지층이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양태다. 대권을 코 앞에 두고 하는 사생결단식 경쟁은 권력의 속성이다.

하지만 품격을 잃어버리면 현미경 검증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박정희ㆍ박근혜는 잊혀진 계절이 돼가고 있는데, 그들의 레토릭을 유통해서야 되겠는가. 팬덤이 적폐가 되는 건 순식간이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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