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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미세먼지 속 ‘미세먼지 박람회’ 유감
참 한가하다. 국내 최초로 ‘미세먼지줄이기 박람회’가 시민 주도로 열린다고 서울시가 홍보한 자료를 보며 첫번째로 든 생각이다. 시는 박람회의 기획부터 운영까지 시민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채우겠다며 시민기획단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람회에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친환경 기술, 전기차 등을 전시하고 기상캐스터 체험, 전기차 시승 행사 등 체험 공간도 마련한다고 소개했다.

지금 서울 시민은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와 사투 중이다. 서울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난리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무차별적으로 눈, 코, 입을 공격해 와 당장 집 밖을 나서기 꺼려질 정도다. 이건 준 전시 상태나 다름없다. 부모는 자녀들의 학교 야외수업이 걱정이고, 매일 스마트폰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뒤 아이를 내보낸다는 엄마도 있다.

미세먼지를 주제로 시민 축제 이벤트를 열겠다는 발상이 한가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시민 스스로 미세먼지 줄이기에 동참하는 실천법과 행동요령을 알리고자 하는 취지라면 각급 학교 또는 동 주민센터 단위의 행정이 더 낫다고 본다.

행사가 열리는 시기와 장소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6월 2일~3일, 청계광장이다. 미세먼지가 있을 지 모를 초여름에 야외 행사다.

시는 당초 3월말~4월초에 서울광장에서 개최하려 했으나 탄핵반대 세력의 서울광장 점령에 청계광장으로 장소를 바꿨으며, 이후 5월 9일 대선일 확정으로 인해 선거일 60일 전 지자체의 행사 개최ㆍ후원 금지 규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시기를 대선 이후로 미뤘다는 설명이다. 계획대로 지금 시기에 야외박람회를 열었다면 외려 더 큰 빈축을 샀을 일이다. 당장 자녀 외출도 자제시키는 마당에 실외에서 기상캐스터 체험과 전기차 시승을 해보라는 건 아예 무감하거나 너무 나간 역발상이다.

시는 이 행사에 2억2000만원이나 쓴다. 그리고 전기오토바이 1대당 250만원이라는 거금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에 돌아다니는 오토바이가 몇대인데 언제 이걸 다 전기오토바이로 바꾼다는 말인가? 이제 중국 탓만 할게 아니라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일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 놔야 한다.

지금은 아이디어 수준의 갖가지 방안을 쏟아낼 게 아니라 진단과 처방에 맞추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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