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단독]“나 UN 의사인데”…로맨스 스캠에 속아 39차례나 돈 보낸 여성
-SNS로 접근…결혼 미끼 돈 요구
-1억5100여만원 송금…경찰 수사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의사를 사칭하며 페이스북을 통해 접근, 결혼을 전제로 억대 돈을 가로챈 사기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자신을 UN 소속 의사라고 소개하고서 결혼을 대가로 돈을 가로챈 이른바 ‘로맨스 스캠’ 피해 신고가 접수돼 수사에 착수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A(53ㆍ여) 씨는 지난해 페이스북을 통해 한 남성의 메시지를 받았다. 자신을 UN 소속 의사로 시리아 다마스커스에 파견돼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 피의자는 A 씨에게 “호감이 있다”며 접근했다. 피의자의 구애와 UN 소속 의사라는 소개에 끌린 피해자는 피의자와 자주 메시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나누던 피의자는 급기야 일을 마치는 대로 한국으로 들어와 피해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그러나 결혼 약속 직후, 피의자는 A 씨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피의자는 UN으로부터 돈이 아직 입금되지 않아 긴급 구호자금이 필요하다고 하거나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의료장비를 한국에 먼저 보내야 한다며 A 씨에게 운송비를 요구했다. 결혼을 약속했다고 생각한 A 씨는 의심없이 해외로 돈을 송금했고, 최근까지 39회에 걸쳐 1억5100여만원을 피의자에게 보냈다.

그러나 계속되는 송금에도 귀국하지 않는 피의자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 A씨가 경찰에 피해를 신고하면서 모든 게 사기였음이 드러났다. A씨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페이스북 계정은 모두 가짜였고, A 씨가 받은 사진 역시 다른 사람이었다. A 씨는 뒤늦게 송금한 돈을 회수하려 했지만, 은행과 해외 송금업체 등을 통해 넘어간 돈은 말레이시아와 중국, 인도네시아의 해외 계좌로 모두 빠져나간 뒤였다.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돈이 빠져나간 3개국에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교제를 하며 돈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로맨스 스캠’ 사건이지만, 피해자가 의심없이 지속적으로 돈을 입금하는 등 피해액이 다른 사건에 비해 컸다”며 “해외 계좌를 이용한데다 용의자도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범죄는 늘어나고 있지만, 추적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osyo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