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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격언·성문 유감
“아는 것이 힘이다”, “모르는 게 약이다” 어쩌라는 것인가. 두 격언은 상황에 따라 쓰임새가 있다. 그러나 정반대이기에, 선용(善用)될 가능성과 경우에 맞춰 아전인수 격으로 악용될 위험성이 공존한다.

흔히 인용되는 호가호위, 어부지리, 전화위복에다, 소꼬리 말고 닭머리 하라는 계구우후(鷄口牛後), 셋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 토끼가 적을 교란시키려 굴 세 개를 뚫는다는 교토삼굴(狡三窟), 양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망양보뢰(亡羊補牢) 등 조어(造語)들은 모두 춘추전국 난세에 탄생한 말로 ‘전국책(戰國策)’에 들어있다.


지금도 ‘말발’을 세울 때, 이들 난세의 어휘는 자주 인용된다. 시대가 만든 것들이다.

조선 후기 문인 정범조(1723~1801)는 해좌집에서 “전국책에 기록된 것은 악(惡)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들 말을 활용하는 행위에 대해 “술수를 쓰고 농간을 부리니 몹시 어질지 않고, 종용하고 과장하니 몹시 의롭지 않으며, 탐욕을 부리고 아첨하니 몹시 수치를 모르는 짓”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모두들 ‘군자가 말하기를’이라면서 ‘능력 있다’, ‘지혜롭다’, ‘현명하다’고 하니, 유세하는 무리는 기회를 틈타 시속의 기호에 영합하고 권세와 이익을 도모하는 자들”이라고 덧붙였다.

제 이익을 보호하면서 선한 상대를 꺾는데 법 조항을 악용하는 기술자 ‘법비(法匪)’ 논란이 일고, 대통령 선거철을 맞아 캠프 곳곳에서 미사려구 언쟁이 벌어진다.

근사하고 세련된 조어ㆍ성문(成文)이라도 선의와 양심에 따르지 않은 채 이기적 목적에 따라 악용할 경우,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큰 해악을 미치는 곳이 정치와 사법이다. 전직 대통령의 단죄, 새 대통령의 선출 과정에서, 법정과 연단의 말들은 양심에 기반해 선용되고 공동선을 향해야 한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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