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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의 위로 '목련꽃'의 비밀
[헤럴드경제=조현아 기자] “누구라도 사랑하고/누구라도 용서하는/어진 눈빛의 여인”

마음까지 정결하게 만드는 시인 이해인 수녀의 詩 ‘백목련’의 한 구절이다.

봄의 전령사 개나리나 벚꽃처럼 굳이 꽃이 피는 시기를 알려 하지 않아도 햇살 고운 3월의 오후, 집 앞을 나오다 ‘아~’ 하고 훅 들어오는 하얀 얼굴, 목련!

큰 꽃임에도 단정하면서 우아한 선, 은은한 향기, 하늘과 땅의 중간을 가득 채우는 넉넉함, 고운 낯빛 등 우리네 어머니와 참 닮아 있다. 그렇게 목련은 푸근하면서도 요란하지 않은 꽃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봄 햇살의 부름에 대답하듯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목련(木蓮ㆍMagnolia)에는 한 가지 남다른 비밀이 있다. 꽃 피기 전 봉오리가 모두 북쪽을 향해 휘어져 있다는 것. 그래서 목련의 또 다른 이름은 ‘북향화(北向花)’다.

대개의 꽃과 나무는 해를 향해 자라는데, 목련만 유독 북쪽을 향하고 있을까?

여느 봄꽃과 달리 겨울에 꽃봉오리를 맺는 목련은 겨우내 뽀얀 솜털로 무장한 채 조금씩 자라는데, 햇빛을 많이 받는 남쪽의 꽃봉오리 겉껍질이 반대편보다 더 빨리, 튼튼하게 자란다. 꽃이 피었을 때 성장이 더 잘 된 남쪽 꽃눈 밑을 축으로 북쪽의 꽃잎이 휘게 되기 때문이다. 

꽃봉우리가 북쪽을 향해 피어 있다.[사진출처=123RF]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우리의 조상들은 한라산이 고향인 목련이 북쪽에 있는 임금님을 향해 핀다고 하여 충절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겼다. 또 북쪽의 결혼한 한 남자를 사랑한 공주가 현실을 비관해 죽자 그 넋을 기리고자 심은 나무에서 북쪽을 향해 꽃이 폈다고 하는 전설도 있다.

목련은 ‘연꽃(蓮)처럼 생긴 꽃이 나무(木)에 달린다’에서 이름 붙여졌으며, 꽃눈이 붓을 닮아 ‘목필(木筆)’이라고도 불린다. 또한 한방에서는 ‘신이화(辛夷花)’로 불리며 꽃이 피기 직전에 꽃봉오리를 채취, 그늘에 말린 뒤 잘게 부셔 약재로 쓴다. ‘동의보감’에도 “코가 막히거나 얼굴의 부기를 내리게 하고 치통을 멎게 하며 눈을 밝게 한다”로 적혀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제주가 자생지인 목련과 북한의 국화인 함박꽃나무(산목련), 중국에서 들여온 백목련이나 자목련이 자라는데 흔히 볼 수 있는 수종은 백목련이나 자목련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또한 지난 1998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뮬란’도 중국어로 ‘목련’을 뜻한다.

이 밖에 세월호가 슬픔의 바다 속으로 잠기던 지난 2014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단원고 희생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애도하고 가족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아 기증한 나무도 ‘잭슨 목련’이다. 목련은 서양에서는 ‘부활’의 의미를 갖고 있다. 3년 만에 다시 떠오른 세월호를 지켜보며 곱게 폈다 처연히 지는 목련의 잔상이 겹치는 건 왜일까.

2014년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단원고에 위로의 마음을 담아 기증한 ‘잭슨목련’ 모습. [사진출처=경기도교육청]

겨우내 그리움을 가슴에 품다 따스한 바람에 해사한 얼굴을 드러내는 ‘목련’을 보며 잠깐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jo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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