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최순실에 ‘데인’ 국민연금 제목소리 내나… 대우조선 어디로
- 최순실 유탄 대우조선 덮치나… 국민연금 목소리 커졌다
- 혈세논란 여전.. 조선업계 회생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 커
- 4월 14일부터 열리는 사채권자 협의회가 또한번의 고비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 방안책을 발표했으나 국민연금이 ‘제동’을 걸고 나오면서 실제 지원이 이뤄질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관련 보도에 국민연금 측은 ‘어떠한 결정도 내린 바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막대한 혈세가 투하되는 대우조선 지원에 대해 여론이 좋지 않게 흘러가는 것은 국민연금 입장으로서도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특히 국민연금 내에서 정부의 대우조선 지원에 대해 반대하는 측은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이전 기금운용본부장이었던 홍완선씨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홍씨의 혐의는 배임이었다. 국민연금이 손해를 보도록 맡은바 임무를 방기했다는 혐의로 기소가 된 상황이라, 현 국민연금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의 반발에 더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혈세 논란’ 대우조선= 지난 3월 21일부터 재계 가장 큰 이슈는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고차 방정식’을 어떻게 푸느냐였다. 지난해 수주 목표는 턱없이 미달됐고(목표 115억달러. 실제 15억달러), 대부분의 수주가 인도할 때 뭉칫돈을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진 터여서 당장 운영할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2018년까지 갚아야 할 회사채는 1조5000억원 규모다. 배임과 횡령 공시가 도배됐고 관련자들은 기소됐으며 내부 비리로 몸살을 앓았던 것이 대우조선이었다.

총대를 멘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작심한듯 지난 21일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언급했다. 대우조선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금융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업계가 얼어붙었다. 그러나 조선업계 안팎에선 임 위원장의 엄포를 귓등으로 들었다. 결국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을 살릴 것이란 것에 대해 시장은 미리 알고 있었던 탓이다. 대표적 사례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주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조선 빅3 가운데 하나로, 세 회사는 경쟁관계에 놓여있다.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두 회사가 이득을 보는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중이다. 그러나 임 위원장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말한 당일(21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2% 가량 하락했다. 그의 말을 ‘엄포’ 또는 ‘허풍’으로 시장은 받아들인 셈이다.

다음날인 22일에는 임 위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행장이 대우조선해양 파산 시 피해규모가 56조원에 이른다는 보고서가 ‘뻥튀기’ 논란을 빚었다. 현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이 이사장을 겸직하는 거제대가 만든 보고서란 점에서 신뢰성이 심하게 훼손됐다. 대우조선해양이 자체적으로 의뢰를 했고,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 세영학원은 거제대를 소유하고 있다. 대우조선측은 ‘자료를 다 공개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보고서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한참이나 훼손 된 뒤였다.


▶운명의 날 23일
=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서울정부청사에서 대우조선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신규 지원은 2조9000억원이고, 출자 전환도 2조9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시중은행과 사채권자가 대출금과 채권 2조90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것에 합의하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우조선이 파산할 경우 우리 경제 손실이 막대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대우조선이 무너지면 1300여개 협력업체 연쇄 도산과 함께 5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는 등 경제 전반에 엄청난 손실이 우려돼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을 지원한다고 결정하면서 “앞으로 추가 신규 지원은 없다”고 밝혔던 정부가 입장을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임 위원장은 ‘고통스럽다’고 했고, 정성립 사장은 ‘송구하다’고 했다. 현재까지 대우조선에 들어간 국민 혈세는 최대 13조원을 헤아린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과 대우조선 사이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 정치권에선 ‘기습 지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 발표로 일단은 사안은 봉합되는 모양새다. 정성립 사장은 24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대우조선이 가진 LNG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강조했다. 올해안에 흑자전환이 되지 못할 경우 사장직을 사퇴하겠다고도 밝혔다.


▶국민연금 ‘반발 변수’ 급부상
= 그러나 정부 의지대로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이 실제로 이뤄질지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대우조선에 돈을 빌려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정부의 대우조선 지원방안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며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3900억원의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반발이 가장 강하다.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대우조선 회사채가 분식회계 기간에 발행됐다는 건 이미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이다. 재무적 근거가 오도된 상황에서 발행된 회사채이기 때문에 (국민연금 내에선) 누구도 정부 채무 재조정 계획에 찬성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빌려준 돈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에 대해 동의키 어렵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측은 강 본부장의 언급에 대해 “국민연금은 투자기업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방안에 대하여 어떠한 결정도 내린 바 없다”고 해명자료를 냈다. 그러나 국민연금 내 기금운용본부장의 입지 등을 고려하면, 강 본부장의 ‘반대 의지’가 명확해 정부 의지대로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최순실 사태로 인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쏠리는 눈과 귀가 커진 상황이란 점은 지나치기 어려운 변수다. 정부의 발표를 따랐다가 ‘국민의 노후자금’에 손해를 끼쳤다는 오명을 뒤집어 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전임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배임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국민연금이 불참 등의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국민연금이 전체 회사채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결국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사채권자 집회 가결을 위해서는 총 채권액의 1/3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채권액의 2/3가 동의해야 하지만 국민연금이 불참할 경우 가결이 힘들어진다. 

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