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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우’에 대한 당신의 평가는?
아트선재, 기업보고서: 대우 1967-1999
“신화화ㆍ비판 아닌 객관적 위상점검”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역사의 평가는 균형 잡기가 어렵다. 특히나 실패 사례라면 더욱 그렇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의 도산은 기업경영자는 물론 일반 국민에까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1967년 창업해 1999년 워크아웃으로 해체된 대우도 그러한 사건 중 하나다. 이런 대우를 되돌아보는 전시가 대우재단 산하의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해체되지 않았다면 2017년인 올해는 창립 50주년이 되는 해다.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기업보고서 : 대우 1967-1999’ 전시가 열린다. 1999년 해체되지 않았다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을 대우그룹의 문화예술행사로 기업 기록물 및 임직원 소장품, 광고영상 등이 선보인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아트선재센터는 실험적 동시대 미술을 전시하는 사립미술관으로 미술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은 세계적 큐레이터이자, 김우중 대우 회장의 장녀다. 이같은 이유로 ‘기업보고서: 대우 1967-1999’전은 열리기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누군가에게 대우는 분식회계와 문어발 경영으로 나라를 위험에 처하게 만든 기업이고, 혹자의 눈에는 한국 최초로 세계경영에 나서 불꽃처럼 피었다 사그라진, 때를 잘못 만난 기업일지 모른다.

각종 평가를 뒤로하고 전시 자체는 팩트에 집중했다. 기획자인 한금현 상지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는 “대우의 공적이며 사적인 자료를 분석해, 한국 경제사에서 주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한 기업이 경제 분야 외 그 시대 사회문화에 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인식했다”며 “신화화 하거나 비판하지 않으며 객관적 시선으로 위상을 점검해 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전시장에 들어서면 대우가 당시 개인의 삶 곳곳에 살아있었음을 깨닿게 된다. 탱크주의로 기억되는 백색가전부터 대우컴퓨터, 공기방울세탁기, 소형차 티코와 마티즈를 비롯 증권사 맏형이었던 대우증권, 공부 좀 한다는 애들 집에 가면 있었던 대우학술총서, 그리고 선박 생태계를 이뤘던 대우조선까지. 인기 케이블 드라마였던 ‘응답하라’ 시리즈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김우중 회장이 탔던 자전거. [사진제공=연합뉴스]

전시는 김우중 회장의 업적이자 치적인 대우가 아니라 임직원 삶의 터전이었던 대우를 불러낸다. 김우중 회장이 공장에서 타고 다녔다는 자전거는 그래서 상징적이다. 회장도 기업이라는 유기체의 한 부분이었음을 함축하는 대목이다. 기록물들 상당수가 임직원들이 고이 간직했던 사적 소유물들이다. 월급명세서, 사원증, 공사장에서 썼던 고글, 선박 도면을 그렸던 각종 필기구 등이 나왔다.

욕할 수도 감탄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반면교사다. 전시는 4월 16일까지 이어진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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