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아키에 국회 증인 소환 요구
-아키에, 페이스북 통해 “기부금 낸 적 없다” 반박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모리토모(森友)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스캔들(일명 ‘아키에 스캔들’)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를 점점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국회에 나온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이 아키에 여사로부터 기부금을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아키에 여사도 국회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던 아베 총리의 정치생명에 빨간불이 켜졌다.
24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아키에 여사가 민진당 등 야당의 국회 소환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야당이 아키에를 증인으로 소환해 추궁을 강화하는 등 (아키에 스캔들에 대해) 장기전 태세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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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 [사진=AP연합] |
이는 전날 오사카(大阪) 모리토모학원의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이사장이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소환돼 “아키에 여사에게서 100만엔(약 1004만원)을 기부받았다”고 재차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스캔들의 핵심인물인 아키에 여사가 직접 국회에 출석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야당의 강력한 목소리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이날 국회서 지난 2015년 9월 5일 학원 운영 유치원 원장실에서 단둘이 있을 때 아키에 여사가 ‘아베 신조로부터입니다’라며 돈 봉투를 줬다면서 “명예로운 일이어서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받았던 때가 토요일이어서 금고에 넣었다가 다음 주 월요일 (학원 직원이 갖고) 우체국에 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키에 여사가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강연료에 대해서도 “10만엔(약 101만원)을 준비해 과자 봉투에 넣어드렸다”고 증언했다.
또한 문제가 커지자 아키에 여사로부터 자신의 아내에게 “입막음으로도 보일 수 있는 이메일이 왔다”고 주장했다.
이메일은 ‘(가고이케 이사장) 부부가 힘든 것은 상상되지만 남편도 힘든 일에 휘말렸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 ‘내가 관여됐다는 것은, 뒤에서 무엇인가가 있다고 의심받지 않도록 (해 달라)’ 등의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자신의 아내 등과 아키에 여사가 지난 2월 22통, 이달에 15~16통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국유지 취득 과정에서 정치적 개입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그 정도 관여는 있었을 것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키에 여사가 정부예산 지원에도 관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야당 민진당의 오쓰카 고헤이(大塚耕平) 의원은 22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서 비정부기구(NGO) 일본국제민간협력회 이사인 마쓰이 산부로(松井三朗) 교토(京都)대 명예교수가 강연에서 아키에 여사의 중개로 자금을 조달했다고 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지난 2월 강연 영상에 따르면 마쓰이 교수는 협력회가 케냐에서 실시할 위생개선사업의 자금 획득을 위해 아키에 여사와 면담을 했다며 “그날 바로 예산을 얻었다. 8000만엔(약 8억300만원)이었다. 이 부부는 핫라인이 엄청나다(좋다)”고 말했다.
스캔들이 확산되면서 야권 일각에서는 아키에 여사를 소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와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공산당 서기국장은 이날 아키에 여사를 국회 증인으로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고이케 이사장의 이날 증언에 대해 아베 총리와 아키에 여사는 전면 부인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아베 총리도, 아키에 여사도 그런 적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도 “이미 답했던 대로”라며 부인했다.
아키에 여사는 이날 저녁 페이스북을 통해 “가고이케 이사장에게 100만엔의 기부금을 낸 적도, 강연료를 받은 적도 없다”며 “(나와) 가고이케 부인과의 문자에도 기부금이나 강연료에 대한 지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아키에 스캔들이 발생한 후 한 달 새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5~10%포인트 급락했다. NNN이 지난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47.6%로 집계돼 조만간 40%대 초중반으로 내려갈 가능성을 보였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