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월호 인양] 3년째 생업 미룬채 발 벗고 나선 ‘숨은 주역’ 동거차도 주민들
-“생업 막막해도 우리 섬 손님”
-매일 30인분 식사준비 등 지원


[헤럴드경제(진도)=유오상ㆍ손지형ㆍ심우현 기자] “제가 오늘 밥을 해야 하는 양만 30인분이에요. 6ㆍ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에요. 정말 오늘 하루는 종일 밥만 한 것 같아요”

동거차도에서 미역 양식을 하는 주민 김순희(58) 씨는 세월호 사건 당일부터 지금까지 매일 30인분이 넘는 밥을 해오고 있다. 동거차도에 남아 미수습자를 기다리는 가족들과 취재진을 위한 밥이다. 김 씨를 비롯한 동거차도 주민들은 역할을 나눠 3년 가까이 이들을 돕고 있다. 주민들은 고령화로 일은 점점 고되지만,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불편함을 느낄 새도 없다.

동거차도 주민들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던 지난 2014년부터 지금까지 식사와 잠자리 제공 등 역할을 나눠 미수습자 가족들과 취재진을 돕고 있다. [사진=심우현 기자/ws@heraldcorp.com]

김 씨는 “조금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좋은 일에 도움이 된다 생각하고 봉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세월호 인양이 끝나고 본업인 미역 양식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그래도 세월호 인양이 순조롭게 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현장과 1㎞ 남짓 떨어진 동거차도 주민들은 대부분 미역 양식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이후 이들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세월호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양식장은 모두 폐허가 됐고, 연매출만 1억원이 넘던 주민들은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 500만원을 받으며 3년째 버티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주민들의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다.

일부 주민은 아직까지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 주민은 “세월호에서 나오는 기름 때문에 미역에서는 비린내가 나고 양식장은 오염됐다”며 “빨리 세월호가 인양돼 주민들이 생업에 복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거차도 주민들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던 지난 2014년부터 지금까지 식사와 잠자리 제공 등 역할을 나눠 미수습자 가족들과 취재진을 돕고 있다. [사진=심우현 기자/ws@heraldcorp.com]

세월호 인양 작업이 한창인 지난 23일, 동거차도 어민들은 이날도 어선 13척을 동원해 인양 현장 주변에 오일펜스를 설치하는 등 인양 작업을 도왔다. 섬에 남은 주민들도 미수습자 가족과 취재진을 위해 식사를 마련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3년간 이장을 역임하고 내달 물러나는 동거차도 이장 임옥순(54ㆍ여) 씨도 매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날 임 씨가 맡은 식사는 8인분이었지만, 21명이 임 씨의 집에서 밥을 먹고 갔다. 귀찮을 법도 하지만, 임 씨는 오히려 손님들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그는 “우리 섬을 찾아온 손님들인데 길거리에서 재울 수는 없지 않느냐”며 “식당이나 숙박시설이 없으니 직접 밥이라도 해드려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이날 오후 10시께에는 해양수산부의 인양 잠정 중단 발표가 나왔지만, 주민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임 씨는 “작년 가을에 인양이 안 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민들이 정말 많이 실망했었다”며 “지금은 그래도 다시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전했다.

24일 오전 6시께, 세월호 인양이 거의 마무리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주민들은 누구보다 기뻐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던 임 씨는 “인양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무사히만 끝나 모두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그래도 다시 시작한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osyo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