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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내 친구 이야기
걸걸한 친구 하나가 있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인데, 호탕하다. 죽이 맞아 어울리게됐고, 가끔 소주 한잔 기울이며 세상 얘기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그냥 그 친구의 금수저와의 거리가 너무 먼 지난 인생이 내 거울 같고, 일에 관한한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에서 호감을 느껴 친해졌을 것이다.

‘걸걸한’이라는 캐릭터로 표현한 것은 그의 목소리가 우렁차기 때문이다. 기차화통을 삶아먹었나 싶을 정도다.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저리 가라다.

“원래 목소리가 큰 것을 어쩌겠어?”

가끔 그런 농을 던진다. 하지만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확인할 기회가 생겼다.

어느날 놀러 가잔다. “현직에 얼마나 있겠어? 나이 더 들면 놀지도 못해. 놀때는 화끈하게 놀아야지.”

그를 포함해 그에게 유혹 당한 6명은 비행기를 탔고, 콘도에 도착했다. 그는 갑자기 전화기를 들더니 프론트를 향해 대뜸 항의한다.

“여기 ○○○호인데요. 벽시계가 죽었어요. 현관 문 도어록은 고장났고, 방 욕실 샤워 유리는 삐걱거려요. 오셔서 시계 약 주시고 도어록 고치시고, 욕실도 손 봐주세요.” 그러더니 엉망이라고 투덜댄다.

“하루이틀 묵을 건데, 뭘그래? 그냥 말면 되지.”

“아냐. 뒷사람도 묵을텐데 내가 귀찮아도 고칠 것은 고치라고 해야지. 유리가 삐걱거려 다칠수도 있고….”

유별나다 싶다. 그러고보니 여행할 동안 그는 숱하게 항의(?)했었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따지고 묻고, 서비스 질을 계속 확인하곤 했다.

“세상을 바꾸려는 작은 (권리) 실천이 모이면서 변화가 생기는게 아닐까 싶어. 특히 한국사회는 대충 편한대로 지나가고, 일상이 갑질인데 사람들 대응은 티미(어리석다는 뜻의 경상도 방언)하잖아? 그럼 발전이 없지. 그렇게 따지고 항의하니까 목소리가 커졌나봐.” 좌중의 웃음에 아랑곳않고 말을 잇는다.

“집 근처 거리에 가로등이 6개 있는데, 3개가 나간거야. 불이 안들어와. 위험하잖아. 그래서 구청에 전화했지. 고쳐달라고. 그런데 안고쳐. 계속 전화했지. 엄청 따졌어. 전화를 수십번 했어. 구청 직원이 질렸는지, 어느날 다 고치더라구.”

“………”

“와이프 친구가 그랬대. ‘자기 신랑 대단하다. 어디 가서 밥 굶어죽을 일은 없겠어’라고.” 이때 일행 중 한 사람이 받아치는 말이 걸작이다. “박 사장(그 친구 성) 같은 사람만 있다면 최순실 국정농단은 생기지 않았을거야.”

권위에 대해 쉽게 복종하고, 갑(甲)에 항의할 생각 한번 못하고, 부당함에 귀찮다고 대충 지나치는 나 같은 사람에겐뜨끔한 멘트였다.

그 친구에게 여행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부끄럽지만 실천 하나 하련다.

오는 25일은 지구촌 전등끄기(어스아워)의 날이다. 죽어가는 지구 환경을 작은 실천으로 보호하자는 취지다.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2008)’을 거론하지 않고도,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 스스로에 대한 경고가 화두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여행 내내 그 친구는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고 했다. 한시간 정도 전등을 끄고, 그 다음에 뭘 바꾸는 실천을 할지 고민해볼 생각이다. 

y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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