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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현주의 소시민 이미지, 그냥 구축된 게 아니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손현주(52)는 사람 냄새 나는 배우다. 실제 만나봐도 ‘보통사람’에 가깝다. 그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보통사람’에서 강력계 형사 성진을 연기한다. 열심히 범인 잡아 국가에 충성하는 성진은 1987년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이 주도하는 은밀한 공작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깊숙이 가담하게 된다.

연기 26년차인 손현주는 평범한 가장 역에 가장 잘 어울린다. 스스로도 양복보다는 츄리닝과 슬리퍼가 편하다고 한다. 하지만 평범한 외모로만 소시민 아버지 이미지가 구축된 건 아니다. 오랜 기간 치열하게 살아온 결과다. 


“처음부터 배역이 주어지는 게 아니다. 내일 일은 몰랐다. 드라마가 2주짜리였다. 2주를 잘하면 계속 갈 수 있다. 2주가 항상 머리속에 들어가 있다. 촬영을 하고 나서도 배역이 바뀐 적이 부지기수다. 3~4일간 찍고 난후 감독이 안나와도 돼 라고 하면서 4일간 촬영분 하루 2만5천원씩 야외비 쳐주께 라고 했다. 마음 속으로는 안받아야지 하면서 며칠 지나면 돈이 들어왔는지 통장을 넣어본다. 그런 삶이었다. 죽기 살기로 한 이유가 있었다.”

손현주가 2005년 드라마 ‘장밋빛 인생’에서 소시민 아버지를 그렇게 리얼하게 연기한 것도 그 내공이 쌓였기 때문이다. 불륜을 저지르다가 아내 맹순이(최진실)가 시한부 판정을 받았음을 알고 대성통곡하는 반성문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얼마나 리얼한 연기를 펼쳤는지, 그는 불륜을 저지르고도 시청자에게 용서를 받았다.

“방송에서 무지랭이, 먼지 같은 존재였는데 용케 살아남았다.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연극 극단 생활 하다가 방송 활동 하면서 조단역도 많이 했고, 어느 정도 존재감이 생기면서부터는 연기 주기라는 게 있었다. 드라마 속에서 처가살이 2년, 장모에게 구박받는 거 2년, 허드렛일 2년, 조금 벗어나면 바람 피는 것 2년...”


손현주는 오히려 치열하게 살게 해주고, 굳은 살을 만들어줘 고맙다고 했다. 편하게 해줬다면 못 버텼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휴대폰에는 40여명의 후배 연극배우들의 노트가 있다. 기자를 만나면 연기 잘하는 후배 연극배우들을 홍보한다.

격동의 시대를 담은 ‘보통사람’을 개봉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펀딩이 잘 안돼 2년간 연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1984년에 중앙대학교 1학년이었던 손현주는 이 영화의 시대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제 옆에서 하얀 분말이 많이 쏟아진 격동과 방황, 갈등의 시기였다. 당시 연극을 시작했을 때 정극, 뮤지컬, 민족해방극 등 세 파트가 있었다. 나는 정극팀에 있었다. 민족해방극 하는 사람들은 시위를 주도했다. 이런 게 어제 일처럼 기억난다. 전경과 대학생이 대치하는 현실은 서로가 서글펐다. 대학생이 전경 되는 것인데...”

손현주는 ‘보통사람’에서 아들의 아픈 다리를 고치기 위해 가지 말아야 될 길을 간다. 가족을 위해 선택한 길이지만 댓가는 실로 컸다. 그는 “지금도 그런 선택을 해야 하면 고민과 갈등이 많이 될 것이다. 영화에서는 보통사람이기 때문에 그 길을 갔다”면서 “잘못된 판단이다. 나는 타협은 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면 1980년대와 2017년은 무엇이 다른가를 묻는다. 기기나 환경은 나아졌겠지만 과연 생각은 나아졌을까? 그 때나 지금이나 가장이 아내와 아들 지키는 건 같다 ”라면서 “보통사람 처럼 살아가는 게 힘들다는 점을 느낀다”고 했다.


‘보통사람‘에서 손현주는 라미란과 부부 연기를 한다. 아내는 언어 장애가 있는 정숙역이다. 라미란과는 이전에 한번 같이 연기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못했다. 말을 못해도 많은 걸 보여주는 라미란과 각별한 부부 케미를 보여준다.

손현주는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 ‘더 폰’으로 스릴러킹 자리에 올랐다. 그는 “이번에는 오랜만에 내 옷을 입었다. 정장은 안어울린다. 그동안 너무 멀리 와있었다”고 했다.

‘보통사람‘에는 평범하지 않았던 1980년대를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손현주의 이야기가 잘 담겨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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