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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슬라 스타필드 하남점 첫 주말 풍경] 30분 기다려 입장…매장은‘전쟁터 방불’
NO 딜러·NO 페이퍼 고수
계약도 온라인만으로 가능
매장 찾은 고객들 불편호소

친환경 브랜드·철학 구현방식
국내정서와 괴리불구 기대감


“지금 줄을 서시면 입장까지 30분 정도 걸립니다.”

18일 오후 3시, 경기도 스타필드 하남 2층에 자리잡은 테슬라 매장 앞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입구부터 시작된 줄은 이웃 매장 앞까지 이어져 있었다. 어림잡아 30여명은 넘어 보였다. 그러다보니 차마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아 전면 유리창 밖에서 사진만 찍는 이들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기다림은 매장 안에서도 이어졌다. 테슬라 직원들이 입구에서 입장 고객 수를 조절 중이었지만, 대기자가 많아 한계가 있었다. 매장 안은 시종 북새통이었다. 고객들의 끊이지 않는 문의에 6명이 넘는 프로덕트 스페셜리스트(제품 전문가)들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오픈 초기 효과에 매장도 단 2곳에 불과해 충분한 상담은 어려워 보였다.

지난 주말(18일) 오후께 다시 찾은 테슬라 스타필드 하남점은 수많은 인파로 대기 시간만 30분 가량 소요됐다.

매장을 둘러보고 나온 한 고객은 “안내해주는 직원도 부족하고 상담해줄 직원도 없어서 손님들이 그냥 만져보고만 가더라”면서 “다른 손님들이 좀 빠져야 자세한 상담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도 “사람이 많고 복잡하니 애가 자꾸 나가자고 보채서 제대로 살펴볼 틈이 없었다”며 “책자라도 있으면 혼자 읽어봤을 텐데 비치된 카탈로그도 없더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 진출한 전기차의 대명사 ‘테슬라’의 판매 시스템은 ‘NO 딜러’, ‘NO 페이퍼’, ‘Only 온라인’으로 축약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딜러를 통해 차량을 판매하는 여타 완성차 업체와 달리 테슬라는 딜러사 없이 오직 온라인으로만 차량을 판매한다. 오프라인 직영 매장에서도 차량 구매가 가능하지만 오가는 종이 계약서 없이 태블릿 PC, 컴퓨터 등으로만 이뤄진다. 친환경 브랜드인 만큼 종이를 사용한 카탈로그도 만들지 않는다. 전시장은 제품 및 브랜드 홍보가 주 목적이다. 결국 허례허식은 배제하고 브랜드의 가치와 경험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브랜드 철학과 달리 구현 방식은 아직 설익은 느낌이었다. 환경을 생각해 ‘NO 페이퍼’를 고수하는 점은 취지가 좋았지만 다소간 불편을 초래했다. 차량과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선 벽면에 설치된 대형 태블릿을 이용하거나 프로덕트 스페셜리스트의 입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이마저도 현재로선 주말엔 인파가 몰려 대기 시간이 발생, 개별적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야 했다.

테슬라코리아는 앞서 자사의 국내 경쟁 차종을 전기차가 아닌 수입 프리미엄 가솔린 세단으로 지목한 바 있다. 기존 수입 럭셔리카 브랜드들이 카탈로그 등을 제공하며 고객 편의에 신경을 쓰고 있는 점을 상기한다면, 사전 정보 없이 방문 시 프로덕트 스페셜리스트의 입만 봐야 하는 상황은 다소 국내 정서와 맞지 않아 보였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1억5000만원 안팎의 고가의 차량을 판매하는 브랜드로선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했다.

스타필드 하남점은 물론 청담점 벽면을 가득 메운 ‘디자인 스튜디오’도 이미 여러 수입차 브랜드에서 도입한 것으로 ‘혁신 브랜드’로서의 새로움이 부족했다. 온라인에서 스마트폰, 전자기기를 구매하듯 차량의 색상과 타이어, 썬루프 유무 등을 골라 구매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일견 신선했지만, 벤츠는 한 발 더 나아간 디지털 쇼룸을 계획 중이다. 가상현실에서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매장 뿐만이 아니다. 정부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점도 허들을 높이는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기름값을 아낀다는 셈 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지만, 충전 인프라 태부족으로 경제적 측면에서 단순 접근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급속 충전기 부족은 테슬라 국내 상륙과 함께 끊임없이 지적된 문제이기도 하다.

약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일단 출발은 좋다. 국내외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예약한 대수가 국내 미출시 모델 등을 모두 포함해 1000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계의 ‘아이폰’,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라는 점에서 기대감도 높다. 테슬라가 전기차판 ‘애플 신드롬’의 주인공이 될지, 일부 호사가의 사치품으로 그칠지는 지금부터 지켜봐야 할 일이다.

글·사진=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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