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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아이들 보다 못한 토론
8세기말 프랑스 왕 샤를마뉴는 스페인 땅을 지배하던 사라센인과 7년째 전쟁을 하면서 웬만한 공국을 모두 정벌한 뒤 마지막 남은 사라고스를 압박하고 있었다.

사라고스의 왕 마르실은 갑자기 충성을 다짐하고 화평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왔다. 무장 롤랑은 받지 말자고 했지만, 샤를마뉴는 수용한다. 이때 롤랑은 평화안을 주청했던 군장 가느롱을 마르실에게 보낼 사자(使者)로 지목했다.


죽을지도 모를 임무였기에 가느롱은 화가 났고, 결국 마르실과 한편이 되어 프랑스를 역공한다. 역공 군단 속에는 스페인 원주민 보호라는 마르실 왕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족장 발리간트 부대도 포함됐다.

롤랑의 부대는 초반 많은 희생을 당했으나 결국엔 승리한다. 발리간트는 죽어가는 마르실에게 ‘너와 나는 오래 팔러먼트(parlement)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프랑스 무훈(武勳) 서사시 ‘롤랑의 노래’에 나오는 내용이다.

‘parlement’는 현재 고등법원을 뜻하지만, 프랑스 고어로는 ‘토론’을 의미했다. 즉 발리간트는 ‘너 같은 자와 말을 섞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이 단어는 ‘parliament(의회)’라는 말로 파생됐다. 토론을 뜻하는 ‘parley’가 어원이다.

‘질병은 입으로 들어오고 재앙은 입으로부터 나온다(病從口入, 禍從口出)’는 옛말이 있다. 말이 정치, 조정, 협업, 갈등해소 등을 위한 핵심적인 매개 수단이므로 안할 수는 없다. 토론을 하되, 조심히 하라는 가르침이다.

남의 말에 대해 말을 만들어, 말도 안되게 증폭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군 복무 때 상을 받았는데, 당시 정권이 쿠데타세력이므로 적절치 않다는 논란이다. 쿠데타 세력 집권 시절 우리 국민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우등상과 개근상을 모두 반납해야 할까. 초등학생 보다 못한 논란에 촛불이 울고 있다.

함영훈 선임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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