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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ㅅㅅ는 우수수? 옥수수?…‘안상수의 한글’에 홀리다
-시각디자이너 안상수 ‘날개.파티’전
한글 자음 모음 받침을 정량화
안상수체·타이포그라피 작품전

‘PaTI’ 교육과정 담은 사진도 전시
서울시립미술관, 5월 14일까지


‘ㅇㅅㅅ’. ‘ㄴㄱㅍㅌ’

영문을 알 수 없는 한글 자음이 서울시립미술관 전면에 걸렸다. ‘ㅇㅅㅅ’은 시각디자이너 안상수의, ‘ㄴㄱㅍㅌ’는 ‘날개파티’의 자음만을 모은 것이다. ‘날개파티’는 안상수의 호인 ‘날개’와 그가 설립한 교육기관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PaTI)’의 준말 ‘파티’를 합친 말이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효준)은 한국 작가를 세대별로 집중 조명하는 격년제 프로젝트 SeMA(세마) 삼색전(三色展)의 올해 주인공으로 시각디자이너 안상수를 선정했다. ‘날개.파티’라는 제목의 이 전시는 안상수 디자이너의 40여년 업력과 PaTI의 지난 몇 년간의 결과물을 선보인다. 세마 삼색전 중 원로작가의 업적과 자취를 반추하는 전시인 ‘그린(Green)’전으로 준비됐다. 


서울시립미술관 1층 전체를 사용하는 이 전시는 크게 ‘날개’와 ‘파티’의 두 축으로 이루어진다. ‘날개’에서는 1985년 고안된 안상수체의 혁신적 면모와 작가가 30여년간 제작한 타이포그라피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다.

1995년부터 작업해온 ‘웃는 돌 로고와 죽산국제예술제 포스터’와 1998년부터 작가 금누리와 17호를 발간한 독립잡지 ‘보고서/보고서’도 선보인다. 한글의 자음, 모음, 받침을정량화해 도자기 타일로 전시한 도자기 타이포그라피도 준비됐다. 가장 최근작인 ‘홀려라’는 캔버스 위에 아크릴로 그린 문자도 작업이다. ‘홀려라’는 ‘몰입’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며, 동시에 ‘날개.파티’전시의 주제이기도 하다. 안 작가는 “무언가에 홀리면 어떤 대상이 꿈에서도 나타나고 밥 먹을 때 도 떠오른다. 연애도 홀려서 하는 것이고, 이러한 몰입은 창작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라고 설명했다.

‘파티’에서는 이 학교의 교육과정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디자이너와 교육자가 내게 주어진 역할이었다”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PaTI 섹션이 전시에서 상당한 중요도를 점하고 있다.

2012년 디자이너 안상수가 설립한 PaTI는 디자인 공동체이자 교육 협동조합이다. 일반인들을 위한 교육기관이라기보다 전문적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곳이다. 그러나 통상적 개념의 산업디자이너를 양성하는 곳은 아니다.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타이포그라피’에 집중한다. 안상수 작가는 “타이포그라피란 글자를 부려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마치 컴퓨터 공학에서 수학의 역할과 같다. 기초 중의 기초다”라며 “결국 디자인의 근본에 충실하고 중요시하는 학교”라고 강조했다.

일정한 경지에 이른 예술가가 후학을 양성하거나, 자신의 뜻을 펴기위해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은 이례적이지 않다. 그러나 자신의 화업을 조명하는 자리에 이를 동등할 정도로 비중있게 다루는 건 상당히 독특하다. 안 작가는 바우하우스의 예를 들어 이를 설명했다. “독일이 자랑스럽게 전 세계를 돌며 전시하는 바우하우스는 단순히 건축학교가 아니다. 바우하우스를 전시한다는 것은 이 학교의 컨텐츠, 즉 이념을 전달하려는 것”이란다. PaTI가 전면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시 기간에는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교실’에서 PaTI의 커리큘럼 가운데 선별한 여섯가지 워크숍과 관객 참여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1000페이지가 넘는 도록을 펴냈다. PaTI의 행보를 기록하는 각종 사진자료와 학교 철학, 앞으로의 비전에 대한 글을 담았다. 일종의 ‘아트 북’이자 디자인 교육의 종합기획안이다.4월에는 디자이너 안상수의 작품 세계를 다각도에서 조명한 에세이도 출간 예정이다. 전시는 5월 14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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