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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이런 단색화!…伊 거장 투리시메티 첫 한국전
리안갤러리, 3월 15일~4월 29일까지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커다란 캔버스 뒷면에는 타원형의 물체가 숨었다. 캔버스 천을 밀어올리듯 자신의 형상을 드러내는 타원은 조명과 만나 다양한 그림자와 색감을 자아낸다. 깔끔한 단색의 캔버스엔 순식간에 빛과 그림자가 채워지며, 인간이 흉내낼 수 없는 빛의 회화가 시작된다.

한국 단색화와는 또 다른, 하지만 ‘모노크롬’이라는 지점에선 동질성을 확보한 이탈리아 모노크롬 회화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리안갤러리 서울은 3월 15일부터 이탈리아 거장 투리 시메티(Turi Simetiㆍ88)의 개인전을 국내에서 최초로 개최한다. 1950년대 이후 꾸준히 이어져 온 작업 중 2014년 이후의 신작 회화 10여점과 조각 2점이 선보인다.

Turi Simeti, Cinque ovali rosso arancio, 2015, Acrylic on shaped canvas, 120x120cm. [사진제공=리안갤러리]
Turi Simeti, Nove ovali gialli, 2015, Acrylic on shaped canvas, 120x120cm.[사진제공=리안갤러리]
Turi Simeti, Quattro ovali neri, 2015, Acrylic on shaped canvas, 100x200cm. [사진제공=리안갤러리]
Turi Simeti, Nove ovali bianchi, 2015, Acrylic on shaped canvas, 140x180cm. [사진제공=리안갤러리]

지난 14일 개인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투리 시메티는 곧 90을 바라보는 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활동적인 작가의 면모를 과시했다. 샛빨간 남방과 검은 재킷 차림의 시메티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을 이어갔다.

1929년에 태어난 투리 시메티는 1958년 로마로 이주하면서 처음으로 미술을 접하고 작업활동을 시작했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는 않았으나, 당시 로마의 앙포르멜 대가인 알베르토 부리(1915-1995)와 교류하며 점차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후 팝아트 위주의 로마 미술계에 염증을 느껴 밀라노로 이주한 뒤, 그곳에서 루치오 폰타나(1899-1968), 피에로 만조니(1933-1963)등과 함께 ‘제로 아방가르드 그룹’을 결성, 캔버스에 도전적 실험을 선보이며 새로운 모노크롬 회화의 가능성을 열었다. 트레이드 마크인 타원형 작업도 이때부터 시작한다. 특히 루치오 폰타나는 시메티가 존경하는 동료작가이기도 하다. “폰타나는 캔버스 너머까지를 작품에 끌어들였다. 그의 작품은 현대미술의 새 장을 열었다”는 시메티는 자신의 작품도 폰타나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50년 넘게 타원을 소재로 작업하는덴 “타원은 빛과 그림자를 형성하는데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시메티의 타원(오벌)시리즈는 현재까지 5000점 넘게 제작됐다. 작가는 제작과정을 설명하며 타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나무로 제작되는 타원 조각물은 본인이 직접 작업실에서 깎아 완성한다. 캔버스 천 아래 이 타원을 끼워 넣으며 구도를 잡는 것이 우선이다. 색상은 추후에 결정한다. “타원은 나를 표현하는 가장 완벽한 형태로, 사각형이나 다른 형태도 작업 해 보았으나 결국 타원으로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곧 아흔을 바라보고 있지만 여전히 현역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작업을 계속할 생각”이란다.

현재 그의 작품은 밀라노 프라다 재단, 투린 근현대 시민 갤러리, 볼자노 근현대 미술관, 밀라노 20세기 미술관, 덴마크 현대 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4월 29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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