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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무대에서 읽는 윤동주·이상·백석의 詩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아픈 시대 속에서도 연필을 놓을 수 없어 괴로워했던 것이 시인들의 운명이었을까. 우리 역사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기인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문인들이 세상에 남긴 작품들로, 그리고 자기 자신의 생 그 자체로 후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윤동주, 이상, 백석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한국 대표 시인들이 수십 년이 흐른 오늘날 무대에서 부활한다.

먼저 윤동주 시인(1917~1945)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예술단이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사진>를 오는 21일부터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재공연한다. 2012년 초연과 이듬해 재연에서 객석 점유율 90%를 넘고 지난해 삼연에서는 100%를 기록하며 관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은 작품이다. 



윤동주의 삶을 노래와 춤으로 표현한 극은 자신을 부끄럽게 하는 세상을 향해 시를 쓰겠다는 시인의 결연한 의지를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대표작인 ‘십자가’ ‘참회록’ ‘서시’ ‘별 헤는 밤’ 등의 서정적인 시어가 대사와 가사로 활용돼 감동을 배가시킨다. 초연부터 꾸준히 ‘윤동주’ 역을 맡은 박영수가 이번에도 시인의 옷을 입고, 온주완이 새로운 윤동주로 합류한다.

천재 시인 이상(1910~1937)의 시는 오는 18일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스모크’를 통해 색다르게 만나볼 수 있다.

시 ‘오감도 제15호’에서 모티브를 얻어 창작돼 지난해 처음 소개된 작품은 순수하고 바다를 꿈을 꾸는 ‘해(海)’, 모든 걸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려는 ‘초(超)’, 그들에게 납치된 여인 ‘홍(紅)’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은 핵심 소재인 시 ‘오감도’ 외에도 ‘건축무한육면각체’ ‘거울’ ‘회한의 장’, 소설 ‘날개’ ‘종생기’, 수필 ‘권태’ 등 한국 현대문학사상 가장 개성 있는 발상과 표현을 선보인 이상의 대표작을 대사와 가사에 담아냈다. 식민지 조국에서 살아야만 했던 예술가의 불안과 시대를 앞서간 천재성 때문에 고뇌했던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지난 1월 막을 내린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한국 문단의 모던 보이로 불리는 백석 시인(1912~1996)의 시와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11월 초연의 막을 올린 작품은 객석점유율 94%를 돌파하는 등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으며, 최근 열린 국내 주요 뮤지컬 시상식에서 극본·작사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등을 휩쓸며 존재감을 뽐내기도 했다.

‘국수’ ‘여승’ ‘고향’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등 백석의 대표작을 가사에 고스란히 녹여내 공연을 보고 나면 시집 한 권을 읽은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초연에서 크게 성공한 작품은 오는 10월 무대로 돌아올 예정이다. 시는 어렵고 지루한 글이라고 생각했다면 극장을 찾아보자. 시집을 꺼내 시어들을 천천히 만끽하고 싶어질 것이다.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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