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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자살보험금 문제와 관용의 힘
젊은 시절 관중(管仲)은 자신의 주군인 공자 규(叫)를 위해 제환공(齊桓公)에 화살을 날린다. 화살은 적중했지만 하필 허리띠에 맞아 환공은 목숨을 건진다. 끝내 공자 규를 진압하고 권좌에 오른 환공은 관중을 붙잡아 죽이려 했지만, 신하 포숙(鮑叔)이 말린다.

“관중 역시 자신의 주공을 위해 화살을 날렸을 뿐이며, 훌륭한 인재이니 오히려 중용하십시오”

결국 환공은 춘추 첫 패권(覇權)의 주인이, 관중은 중국 역사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명재상이 된다.

진문공(晉文公)은 군위에 오르기 전 19년간의 방랑생활 내내 암살자 발제(勃)의 위협에 시달렸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군위에 오른 후에도 발제는 문공을 노리다 결국 붙잡힌다. 문공은 당장 발제의 목을 베려 한다. 이 때 발제가 따진다.

“당시 나라의 군주이던 주인의 명을 받들어 충실히 임무를 수행한 내가 무슨 잘못인가”

문공은 발제를 살려주고 중용한다. 덕분에 문공은 역모사건을 조기에 진압한다. 심지어 발제는 이후 싸움터에서 문공을 대신해 목숨까지 잃는다.

진목공(秦穆公) 때 군주의 말을 300명의 백성들이 무단으로 잡아 먹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목공은 화를 내기는커녕 “말고기를 먹고 술을 먹지 않으면 몸에 해롭다”며 술까지 보낸다. 이들 300인은 목공의 은혜에 깊이 감사한다. 후에 목공은 라이벌 진(晉) 나라와의 싸움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나타난 한때의 사람들이 목숨을 바쳐 목공을 구해낸다. 바로 그 300인이다.

초(楚)나라 장왕(莊王) 때다. 야밤 연회에서 갑자기 강풍이 불어 촛불이 꺼져 버렸다. 그 때 장웅(蔣雄)이라는 신하가 장왕의 총희를 껴안았다. 놀란 총희는 곧바로 장웅의 갓끈을 잡아 뜯고 장왕에게 이를 알렸다. 불만 켜면 금방 범인이 밝혀질 상황이었다. 그런데 장왕은 엉뚱한 명령을 내린다.

“오늘의 술자리는 절영(絶纓)이 드레스 코드다. 모두들 갓 끈을 떼어내라”

장웅이 감동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얼마 후 초나라가 진(秦)나라에게 공격당했을 때 장웅은 선봉에 죽음 두려워하지 않고 싸워 큰 공을 세웠다.

중국에서는 ‘영웅’으로 꼽히는 춘추오패(春秋五覇) 주인공들 상당수가 관용, 또는 용서와 인연이 깊다. 공자도 인(仁)의 실천을 위해 효제충신(孝悌忠信)을 강조했고, 이의 실행을 위해 서(恕)를 제시했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용서의 윤리다.

16일 금융감독원은 일부 생명보험사의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는 재제심의위원회 재심을 개최한다. 지난 달 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장계를 결정한 이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입장을 바꿔서다.

금융감독당국의 기준을 따르지 않았고, 보험계약자의 이익과 반대에서고, 징계를 받고서야 입장을 바꿨다는 점에서 사실 국민정서는 이들 보험사들 편에 서기 어렵다. 하지만 어느 정도 기준의 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상장된 주식회사로서 주주이익을 지키려 했던 이들 보험사들이 몹쓸 짓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항복한 장수는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降將不殺)’고 했다. 관용이 결초보은(結草報恩)으로 이어질 지 또 어찌알까.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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