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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뇌는 안녕하십니까 ①] 갑자기 어질어질…뇌의 아찔한 신호
두통·어지럼증·수면장애 뇌졸중 초기 증상…발병 3~6시간이 치료 골든타임

#지난달 중순 주부 박모(62ㆍ여) 씨는 어느 날 아침 일어나다 방안이 빙빙 도는 것 같아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쓰러졌다. 정신을 잃지는 않았지만 심하게 어지러워 움직일 수 없었다. 가만히 누워 있으니 괜찮은 듯해 일어나려다 다시 어지러움을 느꼈다.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아 오전 내내 누워만 있던 박 씨는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같은 날 오후 병원을 찾았다. 결국 어지럼증이라는 진단과 함께 뇌졸중이 의심될 수 있다는 의사의 이야기까지 들었다.

매년 3월 셋째 주는 ‘세계 뇌 주간(World Brain Awareness Week)’이다. 뇌 과학 연구와 뇌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정됐으며, 올해는 오는 19일까지 7일간국내외에서 관련 행사가 열린다. 뇌는 척수와 더불어 중추신경계를 이루는 머리뼈 내부의 기관이다. 눈과 팔다리를 통해 각각 들어오는 시각ㆍ감각 정보 등을 통합ㆍ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삶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두통이나 어지럼증과 같은 뇌 건강의 이상 신호를 간과해 왔다. 특히 박 씨처럼 극심한 어지럼증을 전조 증상으로 몰고 오는 뇌졸중은 대표적 뇌혈관 질환의 하나로, 한 번 발생하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무서운 병이다. 두통, 어지럼증 같은 전조 증상은 일상생활에 작은 불편 정도로만 여기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운 만큼 의심이 될 때에는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충고한다. 


▶ “뇌졸중 발생 시, 3~6시간 안에 내원해야”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뇌혈관 질환은 한국인의 사망 원인 중 3위를 차지하는 주요한 질환이다. 이 중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 기능이 저하되는 병이다. 마비, 언어 장애, 치매를 유발할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특히 한 번 발생하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한 질환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의의 의견이다.

일단 뇌졸중이 발생하면 뇌졸중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는 시간적으로 한정돼 있다. 김정민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골든타임인 3~6시간 이내에 병원을 찾아야 하고, 이후 3개월 이내에 일상생활 기능 개선과 잔존 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재활 치료가 진행돼야 한다”며 “재활 치료를 받는 경우 손상된 뇌 기능을 회복할 수는 없지만, 신체의 기능은 상당히 호전될 수 있어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뇌졸중 환자는 재발 방지, 위험인자 조절, 정기적인 장애 평가를 위해 오랜 기간동안 통원 치료도 받아야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두통, 어지럼증, 수면장애 증상 역시 뇌졸중의 초기 증상인 경우가 있다. 김 교수는 “우리 몸이 제대로 균형을 잡기 위해서 뇌는 시각계, 체성감각계(관절 위치나 진동 등에 대한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로), 전정계(머리 움직임을 감지 하는 신경계)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서 통합 분석하고, 이 결과를 다시 안구운동계와 근골격계로 보내 자세를 유지하고 시선을 고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때 어느 시스템에 생긴 문제인가에 따라 어지럼증의 원인과 양상이 달라진다.

또 이러한 정보를 통합ㆍ분석하는 역할을 전정신경핵(평형 감각 담당)과 소뇌에서 담당하는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빙글빙글 도는 것과 같이 심한 어지럼증(현훈)과 자세 불균형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단순한 어지럼증과 현훈을 감별하고 현훈인 경우 말초성 현훈과 중추성 현훈을 감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교수는 “현훈을 유발하는 질병은 다양하며, 크게 귀 안쪽의 전정기관의 문제에 의한 말초성 현훈과 뇌졸중 또는 뇌염에 의한 중추성 현훈으로 구분한다”며 “중추성 현훈은 뇌간을 비롯한 중추신경계의 이상으로 생기는 어지럼증으로 뇌간 허혈과 소뇌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소와 다른 어지림증ㆍ두통, 뇌졸중 의심해야 =뇌졸중에 의한 어지럼증은 ▷팔다리 위약감ㆍ구음 장애ㆍ복시 등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과거 뇌졸중으로 치료 받았거나 심방세동이 동반된 경우 ▷평소 고생하던 어지럼증과 다른 양상의 새로운 어지럼증이 발생한 경우 중추신경성 질환 등이다. 이 경우 심각한 질병에 의한 어지럼증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진료 받기를 권한다고 전문의들은 권했다.

김 교수는 “심한 두통과 함께 의식이 떨어지고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마비가 오고 입술이 돌아가는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에도 뇌졸중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충고했다. 만성 편두통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뇌졸중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한쪽 머리가 맥박 뛰듯이 욱신욱신 아프고 구토가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김 교수는 “중년 이후에 이러한 증상이 발생하며 고혈압, 흡연, 당뇨병, 고지혈증 등 뇌졸중 위험 인자들 을 가지고 있으면 뇌혈관 질환을 의심하고 중추신경계 이상을 점검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통의 경우도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박광열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두통은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흔한 질환”이라면서도 “다만 새로운 형태의 두통이 갑자기 시작되거나, 어지럼증이 동반되는 경우, 물건이 2개로 보이거나 발열과 구토를 동반하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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