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美술관‘추함’을 논하다
극단적 추함으로 인간 감정 표출
서울대미술관 ‘예술만큼 추한’ 展


미(美)를 이야기하던 미술관이 추(醜)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주제만으로도 파격이다.

서울대미술관은 ‘예술에서 추’를 다룬 전시 ‘예술만큼 추한(Ugly as Art)’를 3월 7일부터 오는 5월 14일까지 개최한다. 오치균, 서용선, 장 뒤비페, 토마스 데만트 등 주요작가를 비롯 심승욱, 이근민, 최영빈, 함진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젊은 작가들까지 13명의 작가가 50여점의 작품을 통해 ‘추’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와 추’는 상대적 개념이지만 지금까지 이들 둘이 동등하게 다뤄져왔던 건 아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만큼 추함에 대한 회피도 강했다. 정영목 서울대미술관 관장은 “미술관에서 추함을 대놓고 다루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면서도 “아름다움에서도 즐거움과 쾌락을 느낄 수 있고, 추함에서도 마찬가지 감정이 일 수 있다. 모두 인간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추함을 다루는 전시에서 인간 활동과 심리에 대한 함축적 질문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시는 극단적 추함으로 시각을 자극하기보다 작품 기저에 깔린 ‘추’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로 안내한다. 고향집 뒷마당 탐스럽게 열린 ‘감 그림’으로 유명한 오치균은 1980년대 유학생시절 뉴욕에 정착할 당시의 외로움과 절망감, 불안함과 공포를 고스란히 담은 ‘홈리스’와 ‘인물’시리즈를 꺼냈다. 감정의 바닥까지 침잠했을 작가의 심상이 그대로 살아있다. 서용선은 인간의 욕심과 탐욕, 혐오를 ‘개사람 1,2’에 담아냈고, 장 뒤뷔페의 ‘아버지의 충고’는 마치 아마추어가 그린듯 유치하고 미완성된 작품처럼 보이나 그 아래 우연, 충동과 같은 인간의 본능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젊은 작가들은 조금 더 다양한 실험을 한다. 추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확장성의 탐색이자 미술의 범위에 대한 실험으로도 읽힌다.

함진은 일상에서 만나는 소재를 조각의 재료로 활용한다. 먹다남은 밥풀과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회화를 이루고, 땅콩껍질을 쌓아 조각처럼 만들었다.

최영빈은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스스로 대상화 하는 사람의 심리를 표현했다. 그의 회화에 등장하는 머리없는 인체는 각 인체부위끼리 서로를 헐뜯으며 경쟁에 경쟁을 거듭한다.

정신질환에 시달렸던 이근민은 당시 보았던 환각을 작품에 활용한다. “증상만 있던 병증의 추상성이 의사를 만나자 구체성을 띄게 됐다”는 작가의 말에선 환각 속에 느꼈을 두려움과 불안함보다 그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더욱 괴로웠던 시간이 읽힌다.

미술관 전관을 활용하는 전시는 지하 2층 심승욱 작가의 ‘부재와 임재 사이’에서 마무리된다. 세월호 사건을 소재로 작업한 것으로, 수장됐다 발굴된 유적지 현장인 마냥 무겁고 불안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가까이 살펴보면 소소한 오브제들이 눈에 띄는데, 전시장을 조용히 채우는 노래 ‘연가’와 함께 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한없이 침잠한다.

“작품으로 드러나는 추함보다 현실이 더 추한 지금, 작품 이면에 내면적 추함을 담고자 했다”는게 작가의 설명이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