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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여인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꽃, 일상으로의 초대
바야흐로 봄이 다가오고 있다. 곧 산 들녘 꽃봉오리들도 고개를 내밀 것이다. 하지만 올해 봄은 마냥 설레지만은 않다. 화훼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정치, 경제 정세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지난 9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난류 등 화훼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꽃 시장 최대 성수기인 졸업과 입학, 화이트데이 등 각종 기념일 시즌이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요즘이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05년 1만8508달러에서 2015년 2만7340달러로 증가한 반면, 1인당 화훼 소비액은 2만870원에서 1만3310원으로 줄었다. 소득은 48% 가까이 늘었지만 화훼 소비는 36% 감소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꽃 소비도 증가하기 마련인데 우리나라는 그와 다른 양상이다. 이는 꽃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화훼 소비가 대부분 경조사 위주인 데다, 천편일률적인 화환 문화가 화훼산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3개월 동안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난류 거래 금액이 전년에 비해 29% 급감한 것도 관례적인 선물용 화훼소비에 얼마나 많이 의존하고 있는 지 보여준다.

일상생활에서의 꽃 소비가 극히 부진하다. 생화의 경우 “실용적이지 않다”, “빨리 시든다”는 이유로 특별한 날 선물용이 아니면 구매하기 부담스럽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시들지 않게 화학 처리한 프리저브드(preserved) 꽃이나 조화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꼭 관상용이 아니더라도 꽃과 식물이 가진 기능에도 관심을 돌려보면, 작은 변화로 삶의 질까지 높일 수 있는 게 바로 꽃이다.

꽃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 때문에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한다. 뿐 만 아니라 꽃을 가까이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분비가 줄어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식물이 있는 사무실은 직원들의 행복감을 증진시켜 생산성을 15%까지 높여주고, 업무 공간 만족도와 삶의 질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는 생활 속 꽃의 가치를 알리고, 침체된 화훼산업을 살리고자 ‘국민 꽃 생활화’ 노력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 부터는 회사 사무실 책상마다 꽃을 비치하는 ‘원테이블 원플라워(1Table 1Flower)’ 캠페인을 벌여 정기적인 꽃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또 슈퍼마켓 등 기존 생필품 소매점에 꽃 판매 코너를 마련해 부담 없는 가격으로 가볍게 꽃을 살 수 있게 접점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청탁금지법 금액 이내 화훼상품을 보급하여 꽃 선물에 대한 일부 부정적 인식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자 한다.

최근 가격대비 성능, 소위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행태나 적당한 가격의 작은 사치품 판매가 느는 ‘립스틱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다. 비용 대비 만족감이 크다는 게 공통점이다. 누군가에겐 사치로만 여겨질 수 있지만, 굳이 큰 꽃다발이나 화분이 아니어도 꽃 몇 송이에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면, 충분히 부려볼 만 한 소소한 사치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꽃 생활화는 분명 그만큼의 효용이 충분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일일 커피소비량은 평균 1.2잔이다. 커피 한 두 잔 이상의 긍정적 효과와 만족감을 꽃에서도 찾을 수 있다. 꽃 소비가 바쁜 현대인의 일상에 익숙한 문화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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