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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장명숙 여성사회복지사회 인권위원장]정신장애인의 사회통합을 기대하며
분리는 차별을 낳는다. 아니, 분리는 그 자체가 차별이다. 그럼에도 국가는 공동체의 가치수호나 구성원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일부 국민을 격리조치한다. 범죄자가 그렇고 전염병 환자가 그렇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와는 다른 이유로 사람을 분리하는 법적인 조치가 있다. 바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강제입원제도다.

현행 정신보건법에 의하면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와 정신과 의사1명의 진단만 있으면 정신장애인을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다. 이것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위반될 뿐 아니라 정신질환자인 보호와 정신보건의료 향상을 위한 UN 원칙(MI 원칙)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지난해 9월 우리 헌재도 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마침 헌재의 결정전인 지난해 5월 강제입원 요건을 강화한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20여년 만에 통과돼 오는 5월3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신보건 현장은 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다소 소란스러운 듯하다. 입원기준에 대한 비판도 있고, 지역사회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많은 수의 정신장애인이 퇴원할 경우 발생할 문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일부 정신과 전문의들과 정신장애인 가족들은 개정된 법률의 시행 자체를 유보하고 재개정하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강제입원 절차가 복잡해지는 것과 지역사회에 정신장애인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전문가와 보호자, 그리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는지에 있다.

개정법률이 시행되면 치료를 위한 강제입원이 다소 불편해지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누가 될지 모르는 한 사람의 자유나 생명, 삶과 행복을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안전조치다. 강제입원은 특히 스스로를 방어하기 힘든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신구속이라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관찰과 절차가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서 활동했던 나의 시각에서 보면 강제입원 절차가 강화되면 의료현장의 인권인식도 높아질 것이다. 인간을 대하기 위해 요구되는 절차는 그의 존엄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장애인실태조사(2014)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은 전체 장애인과 비교해 매우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 전체 취업장애인 임금수준이 156만원인데 비해 정신장애인은 56만원에 불과하다. 전체 장애인과 비교해 교육수준이 높고,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정도가 낮은 것을 고려하면,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지역사회 인프라와 복지재원에 대한 투자부족이 아니라,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차별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정신장애인도 명백히 헌법에 규정한 평등권의 주체가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너무 오랜 기간 이들을 지역사회에 통합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 개정 정신보건법의 시행은 정신장애인이 격리된 공간이 아닌 지역사회 내에서 자활과 회복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너무나도 오래된 꿈, 즉 정신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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