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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정부담-적정급여로 의료비부담 낮추고 보장성 높여야”
40년묵은 저부담·저급여 체계 손질
공평한 건보료 부과 정책 수립부터
보장성 높이면 가계부담 크게 경감
‘부분적 보장 확대론’ 등 대안 제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추진 중인 가운데,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른바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 도입의 필요성이다. 우리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선진국 평균치보다 10% 이상 낮다는 것이 그 근거다.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과 맞물려 급여체계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본지는 ‘지속가능한 건강보장 실현을 위한 전문가 초청 좌담회’를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 후원으로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중식당 백원에서 열었다.

▶“40년 묵은 저부담-저급여 체계 바꿔야…선진국 비해 턱없이 낮은 보장률 문제”=이날 좌담회에는 국회 대표로 남인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 사용자 대표로 이상철 경총 사회정책본부장, 소비자 대표로는 조태임 한국부인회총본부 회장과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보험자 대표로 최기춘 국민건강보험 보험정책연구실장이 참석해 활발한 의견을 나눴다. 

‘지속가능한 건강보장 실현을 위한 전문가 초청 좌담회’가 헤럴드경제 주관,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 후원으로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중식당 백원에서 열렸다. 좌담회에 앞서 권용국 본지 논설실장(왼쪽부터), 이상철 경총 사회정책본부장, 진종오 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장, 남인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 의원), 조태임 한국부인회총본부 회장, 최기춘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실장,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상섭 기자/babtong@

참석자들은 건강보험 세부 개편 내용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을 보였지만, ‘해묵은 저부담-저급여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했다. 남 의원은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발전했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4년 기준 63.2%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보장률 약 78%, 유럽연합(EU) 주요국 평균 82.5%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며 “의료비 걱정 없는 평생건강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실장 역시 “건겅보험을 처음 도입하던 1977년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0달러에 불과할 때였다”며 “당시 정부는 가입률 제고와 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불가피하게 저부담-저급여 정책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이어 “그러나 현재는 당시에 비해 의료자원이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소득수준도 20~30배 이상 늘어났다”며 “OECD 국가 중 최저수준의 보장률을 유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더이상 보장성 제고를 통한 적정급여 지급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요양기관의 숫자는 총 3만 2693곳으로 건강보험 도입 당시인 1977년보다 5.2배 늘어났다. 병상을 기준으로 하면 증가치는 13배를 웃돈다(1977년 5만 1391개→2014년 66만 8470개). 같은 기간 1인당 GDP도 1024달러에서 2만 7513달러로 급증, 건강보험료율(6.12%)은 선진국(독일 14.3%, 프랑스 13.85%)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건보료 부담 공평한 부과체계 확립이 우선=그럼에도 적정급여 체계 확립이 보장성 제고가 어려운 것은 ‘부담의 증가와 편향적 배분’에 대한 편견 혹은 오해 때문이다.

조 회장은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가운데 선진형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필수”라면서도 “다만,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와 보장율 향상, 공평한 부과체계가 담보돼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현재 직장-지역 가입자로 나뉜 건보료 부과체계를 투명화·일원화하고, 그 효과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남 의원은 “적정부담 체계 도입을 위해서는 불형평하고 불합리한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소득중심으로 개편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소중한 보험료로 조성된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를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 역시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가 가진 불만의 가장 큰 원인은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이 50%에 불과할 정도로 낮고, 결국 부담 증가분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으리라는 불신 때문”이라며 “지역 가입자 소득파악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보장성 높이면 가계 의료비 부담 빠르게 줄어들 것”=건강보험의 급여확대(적정급여, 보장성 강화)가 궁극적으로 국민의 부담을 늘릴 것인지, 편익을 증가시킬 것인지도 중요한 이슈다. 최 실장은 이에 대해 “적정급여 체계 도입은 국민의 건강수준을 상승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보험료 증가분보다 더 크게 감소시킬 것”이라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국민의 부담이 증가한다는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 실장은 그 근거로 ▷민간보험보다 높은 건강보험의 비용효과성과 ▷OECD 최고수준인 건강보험의 비용효과성을 제시했다. 최 실장이 제시한 건강보험공단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건강보험의 급여율은 96.4%에 달하는 반면, 민간 보험사의 급여율은 67.4%에 불과하다. 또 건강보험은 OECD 평균보다 훨씬 낮은 비용 지출(의료비 및 보험료)로도 평균수명 82.2세(OECD 평균은 80.6세), 영아사망률 3%(OECD평균 4%)를 달성하는 등 비용대비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 실장은 “적정급여 체계의 도입은 그 자체로는 비용의 증가(적정부담)을 초래하지만, 결국 그 비용보다 더 큰 편익을 발생시킨다”며 “비용 측면만 보더라도 보험료 증가분보다 그 외 비용(본인부담금, 민간보험료 등)을 더욱 많이 감소시켜 가계의 평균 의료비를 낮추며, 궁극적으로 국민 의료비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부분적 보장성 확대론‘, ‘정부·기업의 기여부담 우선 상향론’ 등 대안도=한편, 이날 좌담회에서는 “무조건 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보다는 중증질환 중심의 급여체계 개편이 시급하다(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 “건강보험 재원조달에 있어 정부와 기업 중심의 기여부담을 먼저 상향조정해야 한다(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등의 의견도 나왔다.

이 본부장은 “국민부담,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보장성 확대는 실효성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한다”며 “보장성 확대의 기준이나 원칙을 하루빨리 수립하는 한편, 중증질환 중심으로 급여체계를 개편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국민의 의료서비스 체감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공동대표는 “재원조달 측면에서 가입자의 기여책임(보험료 비중 2000년 73.6%→2016년 84.9%)은 점차 강조되는 반면, 정부책임은 축소되는 경향(2007~2015년 미지급액 1조 7758억원)이 있다. 보험료 인상 수준도 가계 소득 증가를 웃돈다(2011~2015년 증가율 1인당 보험료 8.3% vs 가처분소득 3.8%)”며 “재원조달에 있어 정부와 기업 중심의 기여부담을 상향조정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고, 또 사회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을 높이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이슬기 기자/yesy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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