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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의 책] 현실이 된 ‘내부자들’, 그 속을 파헤치다
-한국미디어문화학회,천만영화 해부 첫 시리즈 출간
-‘내부자들’ 영화 속 프레임을 현실에 비춰 비평해석
-조우호 회장 “다음은 밀정…천만영화 릴레이 비평”
-우민호 감독 “대중예술의 역할, 재평가되기를 기대”
-출판사 ‘도서출판 연극과인간’…시리즈물 계속 펴내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세상을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은 우리에게 깊은 좌절을 안겨줬다. 권력을 쥔 이들이 국정을 함부로 농단했다는 사실 앞에 민초(民草)들은 분노했고, 그 분노의 여파는 한국 사회에 갈등과 깊은 상처를 남겨줬다. 정경유착과 정언유착이라는 비릿한 냄새가 온 사회에 진동하면서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선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오늘날 이런 사태를 영화는 끊임없이 경고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2015년 우리 사회를 강타한 ‘내부자들(Inside Menㆍ 2015ㆍ우민호 감독)’이다. 권력과 비권력, 금수저와 흙수저, 넓게는 갑(甲)과 을(乙)이란 화두를 제시한 이 영화가 나왔을때, 영화는 그저 영화일 뿐이라는 의견도 나왔었다. 하지만 이후 우리 사회에 메가톤급으로 강타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앞에서 ‘내부자들’은 우리 사회 속에 너무도 깊숙이 스며들며 존재했었다는, 그래서 악취를 근원적으로 덮기엔 우리 사회가 너무 곪았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영화 속의 퀘퀘한 냄새가 사회 전체에 실제 진동했다는 사실 앞에서 민초들은 무력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진설명=책 ‘내부자들’.]

천만영화 ‘내부자들’이 세상 밖으로 다시 나왔다. 평론집으로 말이다.

한국미디어문화학회는 최근 ‘천만영화를 해부하다’ 평론시리즈 1편을 출간했다. 그 평론시리즈 1편의 대상이 ‘내부자들’(출판사 도서출판 연극과인간)이다. ‘내부자들’이 특정 학회의 평론서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한국미디어문화학회는 ‘내부자들’에 이어 영화 ‘밀정’을 두번째 영화 평론서로 내놓는 작업에 돌입했다.

평론집 출간에는 대학교수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미디어문화학회 회원들이 참여했다. 평론에는 조우호 한국미디어문화학회 회장(덕성여대 교수), 유봉근 연세대학교 미디어아트연구소 전문연구원, 김형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김영상 헤럴드경제 소비자경제센션 에디터, 박영기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천현순 교수(문학박사), 이숙경 상명대 교수, 김영아 교수(연극배우), 조수진 교수(영화학 박사) 등이 필자로 참여했다.

필진은 이 평론집을 통해 영화 ‘내부자들’과 현실의 ‘내부자들’ 사이의 연결점과 시사점, 그리고 폭로와 교훈을 집중적으로 해부했다.

필자들은 이렇게 구체적으로 외친다.

“‘내부자들’은 우민호가 날을 갈아놓은 수술용 칼의 산물이다. 감독이 겨냥하는 내부자들은 청년 김지하가 지칭한 ‘오적(五賊)’들과 많은 부분이 중첩된다. 내부자들 또는 오적들은 수술대 체험을 통하여 왜곡된 인식의 건강성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기제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내부자들’은 조국일보의 이강희 논설주간, 미래 자동차 오현수 회장, 그리고 신정당 장필우 의원을 한편으로 하는 권력자들과 깡패 출신 전 연예기획사 대표 안상구, 지방대 경찰 출신 우장훈 검사, 이른바 루저들이 편을 먹는 한판의 게임과 같다. 영화 속 가상적 이미지는 대한민국이라는 실제와 끊임없이 교호되면서 서로 맞교환되는 회로에 따라 현실적인 것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 순종의 정신착란과 잡종의 정신착란(들뢰즈)이 벌이는 화려한 이중주 속에서 낱낱이 벗겨진 우리 사회의 민낯과 대면하게 된다.”

“우민호 영화는 ‘정의? 대한민국에 아직도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긴 한가?’라는 씁쓸한 의문을 관객들에게 던져준다.”

[사진설명=조우호<맨 오른쪽> 회장을 비롯한 한국미디어문화학회 회원들이 천만영화 ‘내부자들’ 평론 책 출판기념식을 갖고 있다.]

“‘내부자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허구 속 인물들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관객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들은 이제껏 TV, 드라마, 영화에서 보아온 인물들보다 현실에 더 근접해있다. 우민호 감독은 대한민국 국민이 오랜 세월 동안 보도매체를 통해 경험한 사안들을 감각적인 대사와 이미지, 연상 기법을 통해 우회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픽션과 실제 사이를 오가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영화 ‘내부자들’은 한국사회의 가장 더러운 곳, 권력자들의 천박한 탐욕이 드러나는 그곳을 극사실주의 미학을 사용하여 관객에게 까발리고, 보여준다. 그런데 그 한편에는 “영화는 영화일 뿐 오해하지 말자.”라는 프레임을 걸쳐 놓아 내부자들이 오히려 고마움을 느낄 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뻔뻔하고, 능글맞다. 감독은 이강희의 비아냥거림을 통해 이 땅의 흙수저들은 금수저 또는 금수저를 열망하는 이들 앞에서 영원히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비판하고, 그것을 경계하기 위해 이런 메시지를 던졌는지도 모른다.”

자의적인 해석일 수 있지만, 이 견해들을 보면 ‘내부자들’에 대한 건강한 풀이가 엿보인다. 비릿한 냄새를 걷고, 상쾌한 공기를 추구하는 학회의 평론서 방향을 가늠할 수 있어 보인다.

조우호 한국미디어문화학회 회장은 ‘영화 ‘내부자들’ 평론집을 발간하며’ 인사말을 통해 “이 이 영화가 보여 주었던 우리 사회 권력과 돈, 정경유착, 권력과 언론의 유착, 금수저와 흙수저, 자본주의 계층의 1%와 99%의 모습, 민중은 개, 돼지 발언 등등…. 불행하게도 이것은 지금도 여전히 사실이며, 최근 숨가쁘게 이어졌고 여전히 진행형인 일련의 사건들인 촛불 집회와 대통령 탄핵 정국, 권력과 대기업 총수의 모습, 그리고 정치인들의 여전한 권력욕 등등을 보면 더욱 그렇다”며 “민중이 개, 돼지인지 희망의 촛불인지는 우리 사회의 개개인들이 스스로 선택할 문제이며 영화 ‘내부자들’의 이 평론집과 ‘천만 영화를 해부하다’ 시리즈도 그 점에 주목하고 나름의 기여를 하고자 한다”고 했다. 조 회장은 “‘천만 영화를 해부하다’ 시리즈는 앞으로 한국 영화에 대한 영화 미학적 분석은 물론, 우리 사회 대중문화의 지형도와 그것의 변화를, 그리고 이를 통해 한국의 현실을 한눈에 포착하고 그 일면을 읽을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며 “독자들도 우리의 이런 취지를 이해하고 공감해주기를 기대해본다”고 했다.

영화를 만든 우민호 감독은 “흔히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예술의 한 장르이기에 앞서, 영화 역시 방송이나 신문처럼 나름의 주관과 시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미디어로 기능하는 것 이 사실”이라며 “그렇기에 올바른 메시지를 발신하는 메신저로서의 역할은 특히 대중 예술로서의 영화가 지닌 장르적 특수성이자 미적 윤리라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기도 하다”고 했다. 우 감독은 “‘내부자들’이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냈는가에 대해서는 관객마다 각기 다른 평가를 내리실 테지만 분명 ‘미디어로서의 영화’라는 주제는 한번쯤 논의가 되어봄직한 테마라는 생각”이라며 “그런 점에서 부족한 면이많은 작품인 ‘내부자들’을 텍스트로 삼아 다양한 이론을 전개해주신 한국미디어문화학회에 감사의 뜻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천만영화 첫 평론시리즈 ‘내부자들’ 이후의 사회 모습에 감독 역시 주시하고 있다. 당연히 독자들도 지켜보고 있다.

출판사는 연극과인간. 159페이지, 초판 인쇄 2월12일. 저자는 한국미디어문화학회.

■한국미디어문화학회=21세기 미디어 문화의 성격과 트렌드를 학술적으로 분석하고 발표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미디어, 문화에 관한 학술서와 번역서 시리즈를 기획 중이다. 이와 함께 한국 미디어 문화의 현 지형을 살피기 위해 월례 모임을 통해 공동 연구된 ‘천만 영화를 해부하다’ 평론 시리즈를 계속 출간할 예정이다. ‘내부자들’에 이은 다음의 영화 평론 대상은 ‘밀정’이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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