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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생화학 살인, ‘방사능 홍차 미제사건‘ 될라
-2006년 러시아 유사 사례
-결국 소환 불발로 끝나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 2006년 11월 23일 영국 런던의 바넷종합병원에서 한 남성이 방사성물질인 폴로늄 중독으로 사망했다. 사망자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ㆍKGB 후신) 요원이었다가 영국에 망명한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3주 전 그는 러시아 전문가와 FSB 과거 동료 안드레이 루고보이와 드미트리 콥툰 등 3명을 잇따라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의 자택에서는 방사성 물질이 남아있는 찻잔을 발견했다.

런던 경찰청은 폴로늄을 반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로 안드레이 루고보이와 드미트리 콥툰을 지목했다. 하지만 이들은 리트비넨코가 병원에 입원한 직후 러시아로 귀국했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 측에 이들의 신병 인도를 요구했지만 증거불춘분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후 2015년 영국 고등법원은 공청회를 통해 용의자 2명이 이용한 호텔 객실과 비행기 좌석에서 방사능물질이 검출된 사실을 밝혔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독살을 승인했을 것이라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푸틴은 “우리 러시아와 지도부를 견제하기 위한 조사 결과”라고 비난했다. 영국과 미국은 사건 용의자를 규제대상으로 지정하고 러시아 당국에 추가 제재를 가했지만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폴로늄이 들어간 차를 마시고 암살된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사진=게티이미지]

신경성 독극물인 VX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김정남 암살 사건이 러시아의 ‘방사능 홍차 미제사건’이 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사례가 유사하고, 전개과정도 비슷해지고 있어서다.

일단 한국과 미국은 외교적 압박에 나서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당초 외교부 2차관이 참석할 예정이었던 유엔인권이사회 및 제네바 군축회의에 직접 참석하기로 했다. 윤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제네바에 도착해 “김정남 피살사건이 과거와 다른 측면에서 심각한 부분이 있다”며 “심각한 주권침해 행위이자 국제규범 위반행위라는 점을 부각시켜 회원국들의 단호한 대응을 이끌어낼 예정”이라고 했다. 

VX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남 [사진=게티이미지]

미국은 북한 외무성 당국자와 자국 전직관리들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었던 ‘1.5 트랙(반민반관) 대화’ 일정을 취소하고, 북한 당국자에 비자발급을 거부하는 등 강경대응하고 있다. 특히 오는 27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북핵 6자회담 한미일 수석대표 회동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동참여부다. 국제사회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가 이뤄지려면 두 국가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당국은 김정남 암살사건에 대해 “예의주시하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결국 두 나라의 동참 여부가 이번 사건이 ‘방사능 홍차 미제사건’의 재판이 될 지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예상된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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