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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레이시아, VX 출처 확인에 사활…북한發 범죄 증명하나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시신에서 신경작용제 VX가 검출되면서 북한과 말레이시아 사이에 한치도 물러날 수 없는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정권이 VX 반입에 개입했을 경우 러시아 KGB를 맞먹는 공작이 펼쳐진 초유의 사태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내부에서 VX가 제조되거나 반입됐다면 말레이시아 치안에 심각한 구멍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악의 신경작용제 ‘VX’…누가 반입했는가

갈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24일 김정남 암살에 쓰인 것으로 파악된 신경성 독가스 ‘VX’와 관련해 “출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경작용제 중에서도 최악의 독성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진 ‘VX’는 말레시이아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들이 반입이 금지된 상태이다. 1997년 발효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따르면 협약 당사국은 VX의 개발과 생산, 사용 등이 전면 금지되고 보유하고 있는 무기는 2007년까지 모두 폐기하도록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용의자로 지목된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의 현광성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의 직원 김욱일이 VX를 말레이시아에 들여온 ‘운송책’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관들은 국제협약에 따라 특수물품을 운송할 때 목적국과 경유국을 통과하면 불가침의 특권을 보장받는다. 검사를 하더라도 특수용기에 포장한 상태였다면 확인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김정봉 한중대 석좌 교수 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정찰총국에서 VX를 특수용기에 넣어 저온상태로 만든 다음 현광성에게 이를 보내는 형태로 수송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고려항공 직원인 김욱일도 이를 중간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말레이시아 내부에서 VX가 반입됐다면 말레이시아의 치안과 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경찰은 22일 밤 쿠알라룸푸르 시내의 한 콘도에서 30대 현지인 남성을 체포하고 근처에 있는 다른 콘도에서 화학물질과 다수의 장갑, 신발 등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VX 독성이 강한 물질이지만 화학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일반인도 만들 수 있는 물질이다. 하지만 실험 과정에서 VX 가스를 제조한 당사자 자신도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현지인 남성 혼자서 독극물을 만들었을 가능성은 작다.

▶풀리지 않는 독극물 미스터리…VX, 손은 안 되고 얼굴은 된 이유?

VX는 신경작용제 중에서도 독성이 가장 강한 화학물로 분류되는 독극물이다. 데이비드 케이 유엔 무기 조사관은 1998년 “VX가스를 흡입하게 되면 호흡이 마비되고 온몸이 뒤틀린 상태에서 사망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VX가 피부에 닿는것만으로 인체에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용의자 시티 아시샤(25)와 도안 티 흐엉(29)는 맨손으로 김정남의 얼굴에 독약을 문지르는 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홍세용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교수는 “두 여성이 각각 다른 약을 발라놓고 김정남 얼굴에 문질러 두 약의 화학반응으로 VX가 되는 방법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봉 교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 비닐장갑을 꼈거나, 손에 다른 물질을 발라놓아 VX액체가 피부에 묻지 않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범행을 마치고 해독제를 썼을 수도 있다. VX의 해독제로는 아트로핀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카르 청장에 따르면 김정남의 얼굴에 독극물을 도포한 여성 용의자 2명 중 한 명은 조사과정에서 구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용의자가 경미한 증상만 보였다면 홍세용 교수와 김정봉 교수의 주장대로 두 여성의 손에 바른 물질이 섞이면 VX로 변하거나 범행 전이나 후 해독제를 복용하는 방식으로 범행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VX가 사용된 것이 사실이라면 범행현장인 공항뿐만 아니라 병원, 앰뷸런스 등 김정남이 공격을 받고 거쳐 간 모든 장소가 독성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VX는 증발하기까지 짧게는 수일 길게는 수주가 걸린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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