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대통령도 종말 예언했던 전세의 부활
1월 거래 전년동기比 16%↑
신규공급 증가, 갭투자도 만기
1년전 박근혜 ‘종말론’ 빗나가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서울 동대문구의 아파트를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내놓은 박모(62)씨는 최근 전세로 돌렸다. 로얄층이라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바로 나갔는데 올해는 두 달이 다 되도록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중개소에서 전세로 돌려야 계약자가 빨리 나타난다고 해서 돌렸다”면서 “월세 고집하려니 빈 집의 관리비 부담이 만만찮다”고 말했다.


2016년 1월 대국민담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어차피 전세시장은 가는 거다. 금리도 올라갈 일이 없기 때문에. 누가 전세를 하겠어요?”라고 말했다. 한달 뒤 국정과제 세미나에서도 ”어차피 전세시대는 간다. 하나의 추억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종말론‘까지 예언했던 전세가 부활하고 있다.

2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전세거래량은 9124건으로, 전년(7841건)에 비해 1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월세(준월세, 준전세 포함)거래량은 4736건에서 4599건으로 7%감소했다. 이달 들어서도 전세 거래량은 23일까지 총 1만422건으로, 지난해 1월(1만1198건) 거래량을 넘어설 기세다.

비중 역시 증가세다. 2월 23일 현재 전세 거래 비중은 65.3%로 지난해 동기(62.2%)대비 3.2%포인트 높아졌다. 전세 부활의 가장 큰 원인은 ‘입주 물량 증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입주 물량은 32만18가구로 전년보다 12.4% 늘었다. 올해는 1999년 이후 역대 최대폭인 37만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공급이 늘어나면서 전세 물량도 늘어나고 있다. 전세난에 부담이 큰 월세로 떠밀렸던 수요도 전세로 갈아타고 있다. 집주인들 역시 수요가 전세로 몰리면서 월세를 고집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아파트값이 뛰면서 전세금을 끼고 매입에 나서는 ‘갭 투자’와 전세금으로 재투자에 나서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난 것도 전세물량 증가에 영향을 줬다. 갭 투자는 집값 상승기였던 2015년에 몰렸는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면서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결국 최근 1년간 전셋값은 2.7% 오르며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달라진 수요와 공급은 가격추이도 바꾸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지난달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전세가격은 전달대비 0.03% 상승한 반면, 월세가격은 0.02% 하락했다. 특히 수도권 월세는 지난해 7월 공표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세 물건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 공급처’인 입주 물량이 올해부터 2년간 78만여 가구가 쏟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2년치 물량으론 1기 신도시가 조성된 1990년대 이후 최대치다. 내년 안에 지난해 말 55.6%였던 전세 거래 비중이 60%대로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기 때문에 임대시장에서의 전세 거래 비중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전세보증금 규모는 450조~500조원으로 추정된다.

장경철 부동산1번가 이사는 “입주 대란 여파로 분위기가 전환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세시대로 회귀했다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고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속도가 늦춰진 월세시대와 깡통 전세 증가에 대한 대비책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hhj6386@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