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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표현의 자유와 풍자
철이 덜든 것인지, 판단력이 부족한 때문인지 아니면 지나친 공명심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표창원의원이 주관했던 ‘곧 바이전’에 전시된 박근혜대통령을 풍자한 누드화 때문이다. 더불어 민주당은 표의원에게 전시회 개최 책임을 물어 6개월간 당직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표의원은 징계를 받아드리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로 끝났다. 사건의 진행과정을 보면서 느낀 점이다.

박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누드화 ‘더러운 잠’은 프랑스 인상파 화가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벌거벗고 누어있는 여성은 박대통령이고 최순실씨가 주사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한쪽에는 세월호가 가라앉는 광경이 묘사되어 있다. 대통령의 알몸 위에는 사드라고 적힌 미사일과 진돗개 2마리도 그려져 있다. 누가 봐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풍자하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박근혜 정권에 찍힌 작가들의 통쾌한 반격’이라거나 ‘놓치면 후회할 국회 사상 초유의 시국 비판 정치 풍자 전시’라고 적극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이 전시회는 처음부터 여성비하나 인격모독 그리고 저질이라는 논란을 불어 일으켰다. 당사자인 표창원의원은 예술이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공적 인물에 대한 풍자는 무한대라고 맞섰다.

풍자는 사전적으로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빗대어 웃음을 주거나 신랄하게 비판하거나 숨겨져 있을 법한 일을 폭로하는 일련의 행동을 얘기한다. 그 형식은 문학일수도 있고 그림이 되기도 하고 아니면 행위 예술일수도 있다. 또 지배계층의 비리를 폭로하여 사회 담론이나 공통적인 이미지를 만들기도 한다. 사회 지도자들의 권위에 도전하고 민초들의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해학이나 웃음으로 긴장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 범위나 방법은 비교적 넓게 허용되고 있다.

그렇다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미풍양속을 해치는 저질의 표현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건전한 양식을 지닌 일반인이 혐오감을 느끼거나 특정 계층을 비하해서는 안 된다. 성(性)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여 수치심을 유발하는 것도 금기중 하나이다. 약간의 과장이나 축약을 통하여 웃음을 자아내고 이 과정에 쾌감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웃음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엔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풍자의 참맛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전시회는 이도저도 아닌 얼치기라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절제란 찾아 볼 수 없고 저속하고 비열하고 지저분한 구석만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예술적 완성도와는 거리가 한참 멀고 거칠기만 한 조악품이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내 세운다. 표현의 자유에는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이 자주권과 자결권을 축으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깔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이성적이고 합리이지 않은 행동과 공동선에 반하는 표현의 자유는 제한되고 심지어 벌까지 받는다. 이런 점에서 표창원 의원의 행동은 표현의 자유에 속하지도 않고 그것을 주장할 만한 손톱만큼의 가치도 없는 철없는 짓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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