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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기타고 확 퍼지는 구제역…백신 항체 형성 1주일 최대 고비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정부가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에서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는 않은 정황을 확인한 가운데 전국 소 농가에 대한 긴급 백신 접종에 착수했다. 그러나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1주일 가량 걸리므로 앞으로 이 기간에 구제역 확산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에만 1주일 걸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부터 전국 소 314만 마리를 대상으로 백신 일제 접종을 한다고 밝혔다.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1마리당 1700원씩, 총 53억4000만원이다. 접종에 동원되는 수의사 등 전문 인력의 인건비까지 고려하면 실제 비용은 더 늘어난다.

[사진=헤럴드경제DB]

이런 결정은 최근 잇따라 확진된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 농가의 항체 형성률이 각각 20%, 5%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소 항체 형성률이 작년 12월 기준 97.5%라며 자신만만했던 정부도 현저히 낮은 항체 형성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표본조사 집계 방식 등에 커다란 구멍이 있었던 것이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보은과 정읍 외에 백신 항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농가가 더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자체적으로 백신 접종을 하고 있는 대규모 농가들이 오히려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 빠른 시일 내에 모든 한우와 젖소에 대해 백신 접종을 다시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접종을 한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방역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백신 접종 시 항체 형성까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2주일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기간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농가로 바이러스가 유입될 경우 추가 구제역 발생 위험이 크다. 여기에 공중수의사 등 전문 인력 동원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 일제 접종이 기대만큼 신속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공기로 전파돼 출처 ‘오리무중’=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번에 검출된 구제역 바이러스는 이번에 새로 유입된 유전형으로 추정되고 있다. 확산을 막으려면 기본적으로 발생 원인을 알아야 하는데, 구제역 특성상 유입 경로 파악이 쉽지 않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구제역은 공기를 통해 소, 돼지 등 우제류 호흡기로 감염된다. 인수공통전염병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달리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전파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지만, 공기로 전파되는 만큼 사람이 구제역 전파의 ‘매개’가 될 가능성은 있다.

실제로 검역본부가 지난 2015년 발표한 구제역 방역 관련 교육자료는 보면 적절한 온·습도 유지 시 구제역 바이러스가 인체의 호흡기계에 1∼2일간 생존할 수 있다. 이 자료는 또 1980년대 발표된 해외 논문을 인용해 구제역 바이러스가 육지에서는 60㎞, 바다 건너 250㎞까지 공기 중 전파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근로자나 농장주의 해외여행 등 각종 요인도 유입 경로 추적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과거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도 역시 농장주의 해외여행, 외국인 근로자 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충북 보은 젖소농장도 부자(父子)가 농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아버지A 씨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러시아와 중국을, 그 아들은 지난해 11월 베트남을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의 경우 같은 낙농업계 종사자 20여 명과 단체 여행을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보은 지역에는 베트남에서 온 근로자가 190명이 일하고 있다. 이런 변수들이 많아 당국은 유입 경로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현장에서의 철저한 방역이 중요하지만 정부의 행정력이 구석구석에 미치기는 어렵다.

조호성 전북대 수의대 교수는 “돼지 사육농가는 매우 폐쇄적 형태여서 일반인이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이지만 소 사육농가는 외부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여서 정부에서 말하는 차단 방역이 말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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